"더워도 밭에다 물은 줘야지"…빨리 온 무더위에 농민들도 비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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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덥다고 물을 안 주면 고추, 오이, 배추, 상추가 다 말라서 버려야해."
11일 오후 1시께 경북 경산시 남방동 한 밭에서 만난 강모(69·여)씨는 작물에 물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
강씨는 "이번달에 비가 내리긴 한다던데 그 전에 작물에 숨은 붙여놔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금은 응급처치하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50대 시민 A씨는 "어제부터 많이 덥고 습한 것 같다"며 "밤에 잠도 잘 못 자서 올해 처음으로 에어컨을 켜고 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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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밭일 시작한 농민들…공원·분수대에 더위 식히려는 발길
기상청 "당분간 대구, 경북남부 최고체감온도 33도 이상"
(경산·대구=연합뉴스) 박세진 황수빈 기자 = "지금 덥다고 물을 안 주면 고추, 오이, 배추, 상추가 다 말라서 버려야해."
11일 오후 1시께 경북 경산시 남방동 한 밭에서 만난 강모(69·여)씨는 작물에 물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늘 하나 없는 200평 넓이 밭은 열기로 가득했다.
강씨는 "이번달에 비가 내리긴 한다던데 그 전에 작물에 숨은 붙여놔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금은 응급처치하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30분가량 동행한 취재진의 이마와 등에도 굵은 땀방울이 계속 흘러내렸다.
강씨는 "생계가 달린 일이라 날씨가 더워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평소 새벽부터 나오는데 오늘은 조금 늦은 편"이라고 말하며 작업 속도를 높였다.
이 인근 우사(牛舍)에는 더위에 지친 수십 마리의 소들이 그늘에 자리를 잡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앉은 소들은 이따금 혀를 내밀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었다. 지열이 강하게 올라오면서 그늘 밖에서는 잠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앞서 오전 11께 수성구 고산동 한 밭에서 만난 70대 손씨는 머리에 두른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 냈다.
이 시간대 수성구 고산동의 낮 기온은 이미 30도를 웃돌았다.
손씨는 "어제부터 날씨가 확 더워져서 놀랐다"며 "낮에는 더위 때문에 밭일을 할 수가 없으니 새벽 4∼5시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음물하고 간식 챙겨와서 먹고 있다"며 "오전에 일을 다 못 하면 무리해서 계속하지 말고 오후 4시 이후에 다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구 평리공원에는 오전부터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뜨거운 햇빛 탓인지 산책을 하는 시민들은 없었고 그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부채질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주인과 산책을 나온 반려견들도 폭염에 지쳤는지 그늘에 앉아서 숨을 헐떡였다.
50대 시민 A씨는 "어제부터 많이 덥고 습한 것 같다"며 "밤에 잠도 잘 못 자서 올해 처음으로 에어컨을 켜고 잤다"고 말했다.
그늘에 있던 80대 시민은 "날이 더우니깐 속까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라며 "집에 있기 힘들어서 밖에 나왔다"고 토로했다.
경북대학교 분수 옆 그늘에는 동갑내기 친구인 손모(86·여), 성모(86·여)씨가 더위를 피해 함께 자리를 잡았다.
성씨는 "오늘만큼 더우면 괜찮은 편이다"라며 "앞으로 날씨가 더 더워질 텐데 그때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학생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양산을 들고 햇빛을 가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음 음료수를 얼굴에 문대며 걷는 학생들도 보였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대구의 공식 관측지점 낮 최고기온은 34.5도다.
경북은 같은 기준으로 경주 35.7도, 성주 35.2도, 경산 34.5도, 청도·군위·구미·의성·포항 34도, 영천 33.6도 등이다.
전날부터 대구와 경북 영천, 경산, 청도, 경주 등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대구기상청은 당분간 대구와 경북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가 31도 이상(대구, 경북남동부 33도 이상) 올라 덥겠다고 밝혔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14일까지는 무더위가 이어지다가 15일부터 구름이 많아지면서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sjpsj@yna.co.kr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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