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왔다···‘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어떻게 판단할까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가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사실상 보류하면서 공은 검찰로 넘어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11일 “권익위 결정에 상관 없이 (김 여사를) 증거와 법리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참여연대가 신고한 지 약 6개월 만인 지난 10일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탁금지법에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종결을 결정한 것이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가방을 전달받은 것이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 이 가방이 대통령실 주장대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종결 결정했다”고만 밝혔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산하 전담수사팀이 맡고 있다. 검찰은 권익위의 결정 이유를 살펴보긴 하겠지만 이와 무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의혹 사건을 최근 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형사2부로 재배당했다. 김 여사 전담수사팀의 업무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권익위 결정이 검찰 수사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검찰은 검찰 차원에서 수사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검찰이 김 여사 소환 조사를 시도할 경우 또다시 대통령실과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예상에 대해 “다른 고려 없이 증거대로, 법리대로만 한다면 그런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다.
검찰은 권익위가 판단을 미룬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 공직자는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소속기관장이나 감독기관 등에 서면으로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지체 없이 반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공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권익위 설명대로 청탁금지법에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김 여사 처벌과는 별개로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을 따져 위법 여부를 판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시기 전후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위촉과 국립묘지 안장 등을 청탁했고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 등을 연결해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신고 절차를 지켰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최 목사에게 선물을 돌려주지 않은 것이 법 위반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대통령실이 내놓은 ‘선물 받은 가방은 대통령기록물’이란 해명이 맞는지도 판단 대상이다.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국고에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국고에 귀속됐기 때문에 최 목사에게 선물을 반환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 선물은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해 국민으로부터 받은 선물로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선물,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을 이른다.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과연 이에 해당하는지, 대통령실이 가방을 보관하고 있다면 어떤 규정에 따른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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