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KDB생명, 구조조정 필요…HMM 매각과 다르게 추진”

구현주 기자 2024. 6. 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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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협상 무산 후 진척 상황 없어
첨단전략산업 지원에 100조 투입
“자본금 한도 30조→60조 필요”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이다. /한국산업은행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HMM은 정상기업, KDB생명보험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인 만큼 추후 매각 추진도 다르게 진행하겠다.”

11일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 회장은 “지난 2년은 20년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틀 같다”며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으나 아직 엄청난 대응을 요구하는 상황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산은은 지난해 국내 대표 원양 국적선사 HMM과 KDB생명보험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두 기업 매각 모두 협상 결렬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강 회장은 “HMM은 최종 협상 과정 결렬 후 재매각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며 “HMM 지분 가치가 산업은행 재무제표에 큰 변동을 주기에 보유주식을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 57.9%을 가지고 있다. 주식 외에도 올해와 내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강 회장은 “HMM 주식 가치를 고려하면 영구채 미전환은 배임에 해당한다”며 HMM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기정 사실화했다.

강 회장은 KDB생명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제고를 약속했다. 작년 산은은 하나금융지주와 KDB생명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KDB생명 K-ICS(신지급여력) 비율은 작년 말 기준 56.7%로 보험업법 기준 100%에 못 미친다. K-ICS는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이다. 비율 제고를 위해선 대주주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강 회장은 “KDB생명은 아픈 손가락으로 매각을 위해 최선 다했으나 원매자가 없는 게 현실이다”며 “KDB생명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하고 여기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이다. /한국산업은행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회장은 “태영건설은 곧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것이며 추후 회계법인 심사를 거쳐 하반기에는 주식 재상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강 회장은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AI 등 첨단전략산업 지원 강화를 위한 100조원 규모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강 회장은 “정부 첨단전략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민간기업은 2027년까지 주요 첨단산업에 550조원 이상 설비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산은이 이 중 100조원 규모 시설자금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첨단전략산업에 대해 100조원 규모 정책자금을 공급한다면 전 산업에 걸쳐 연간 80조원 생산유발효과와 연간 34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4만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 34조원 부가가치는 작년 명목 GDP(국내총생산) 1.5%, 14만명 고용효과는 총고용의 0.7%에 해당한다.

정부의 반도체 지원과 발맞춰 산은은 17조원 규모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프로그램 신설을 준비 중이다. 자체 반도체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을 향후 3년간 15조원 규모로 운영하면서 금리 우대 폭도 높일 계획이다.

강 회장은 첨단전략산업 투자 자금 조달처 확대를 위해 중동과 글로벌 투자협력 확대 필요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한-UAE 정상회담에서 정부는 UAE 측이 60억불 이상 투자기회를 검토 중임을 발표한 바 있다.

강 회장은 “60억달러 이상 투자 건을 실제 투자로 현실화하고 남아있는 240억달러에 대한 투자기회를 적극 발굴하는 한편 카타르 등 다른 중동국가와 글로벌 투자 협력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강 회장은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를 현 30조원에서 60조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회장은 “첨단전략산업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100조원 규모 정책자금 투입과 함께 산은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10조원 자본확충이 동반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산은법 개정을 통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산은이 독일 정책금융기관인 KfW처럼 정부에 배당을 하지 않고 순이익 전부를 유보한다면 이는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매년 3조원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거양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작년 산은은 당기순이익 2조5000억원을 시현했고 역대 최대 규모인 배당금 8781억원을 정부에 지급했다.

KfW는 정부에 배당을 하지 않고 순이익 전부를 유보하여 정책금융에 재투자한다.

강 회장은 “외국에선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기업에게 지불하는데, 한국은 그럴만한 돈도 여유도 방식도 없다”며 “정책금융 측면에서 산은 역할이 중요해졌으며 그러한 측면에서 법정자본금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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