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 알츠하이머 신약 허가 순항…"도나네맙이 레켐비 넘을 것"
이변은 없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 자문을 맡은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 신약 도나네맙 시판허가를 권고했다. 업계에선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 시장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iADRS 22%, CDR-SB 29% 지연 입증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FDA의 말초·중추신경계(PCNS) 약물 자문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도나네맙을 경증 치매와 인지장애 치료제로 승인했을 때의 이점이 위험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유튜브를 통해 7시간 가량 생중계된 이날 회의에서 참석한 자문위원 11명이 모두 승인 권고에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통상 FDA는 자문위 권고를 반영해 의약품 시판허가를 결정한다. FDA는 올해 말께 도나네맙 승인 여부를 최종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나네맙이 시판허가를 받으면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선보인 에두헬름, 레켐비에 이어 세 번째 알츠하이머 신약이 시장에 진입한다. 에두헬름은 보험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6월 시판허가 받은 레켐비는 올해 3억6100만달러(약 497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란 평가다.
일라이릴리는 시판허가를 위해 뇌 속에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확인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72주동안 4주마다 도나네맙과 위약을 정맥 투여한 결과 도나네맙 투여 그룹은 통합 알츠하이머 증상 점수(iADRS)가 나빠지는 것을 22% 정도 늦춰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알츠하이머 임상시험이 많이 쓰이는 임상치매척도(CDR-SB)는 29% 늦춰줬다.
앞서 시판허가 받은 레켐비는 18개월 추적관찰을 통해 CDR-SB를 27% 늦춰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두 약물이 거의 비슷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타우 평가, ARIA 부작용 한계 지적도
FDA 자문위원들은 이를 통해 임상적 유효성은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해당 임상시험으로 모든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이점이 있다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임상시험이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데다 백인 환자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일라이릴리가 제출한 임상 결과서를 보면 임상 시험에 참여한 환자 중 백인이 89.9%다. 아시아인은 6.3%, 흑인은 0.3%였다.
타우 단백질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설계한 것도 약물 활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릴리는 알츠하이머 환자 진단으로 주로 활용되는 아밀로이드 외에 타우 단백질도 진단지표로 삼았다. 타우 단백질도 약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임상시험을 통해 타우 단백질이 많은 환자보다는 적은 환자들에게 약효가 좋다는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타우 검사로 환자를 나눠 투여하는 방식으론 임상적 이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타우 단백질 수준을 평가하려면 타우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를 추가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낭비라는 취지다.
임상 참여 환자군을 타우 단백질 양성 환자로 제한하면서 타우 단백질이 없는 환자는 약물 평가에서 제외되는 역효과만 낳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뇌속 아밀로이드 단백질 수치가 일정 수준이하로 떨어진 환자가 많았던 것은 고무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임상시험이 마무리될 때까지 도나네맙 투여 환자의 60% 이상이 이런 이유로 치료를 중단했다.
뇌출혈과 뇌부종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ARIA) 부작용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됐다. 뇌부종(ARIA-E)은 도나네맙 투여 환자의 24%가, 뇌출혈(ARIA-H)은 31%가 호소했다.
76주간의 임상시험에서 사망자는 도나네맙 투여군에서 19명, 플라시보 투여군에서 16명 나왔다. 도나네맙을 투여한 뒤 숨진 환자 중 3명은 ARIA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릴리 측은 주기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부작용을 관찰하면 부작용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정 유전자(ApoE4)를 한쌍 보유한 환자는 부작용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제품 라벨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2030년 도나네맙-렘터네툭 65억달러 매출 전망
도나네맙 승인이 임박하면서 시장성에 대한 평가도 잇따랐다. 미국 내 알츠하이머 환자는 600만~700만명으로 추산한다. 2022년 알츠하이머 환자 치료제 들어간 의료비용은 3210억달러(약 44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스는 도나네맙이 최대 30억달러의 연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2030년 릴리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1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젠-에자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독주를 막을 것이란 의미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2030년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13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중 절반을 릴리 몫으로 평가했다. 도나네맙은 승인 후 1년 안에 레켐비를 따라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릴리는 도나네맙 후속 약물인 렘터네툭도 개발하고 있다. 2022년 시작된 렘터네툭 임상 3상 시험은 정맥주사(IV)와 자가주사(SC)를 모두 활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내년 10월께 임상 연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2030년 릴리가 도나네맙과 렘터네툭으로 65억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레켐비 전망치인 32억달러의 두배를 넘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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