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마약류 양귀비 텃밭, 초등학교·파출소 바로 앞이었다[현장]
서울 노원구 경춘숲공원에 딸과 함께 산책하러 나온 박모씨(57)는 일부러 공공 텃밭이 있는 길로 걷는다고 했다. 박씨는 “밭에서 채소가 자라는 건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는데 엄마 생각도 나고 좋다”고 말했다. 그런 텃밭에서 지난 8일 마약류 양귀비가 발견됐다. 박씨는 “누가 심었는지는 몰라도 상식 이하”라며 “양귀비꽃이 예쁘다 보니 아이들이 와서 만질 수도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노원구가 구청이 공공 분양한 경춘숲공원 내 텃밭 168구획을 포함한 총 502개 구획을 지난 10일 전수 조사한 결과, 마약류 양귀비가 추가로 발견된 곳은 없었다. 구청 관계자들은 단속용 양귀비와 관상용 개양귀비를 구분할 수 있는 비교표를 뽑아 들고 현장을 점검했다. 대부분 텃밭에는 상추·감자·당근·케일·가지 등 먹거리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지난 8일 경찰은 텃밭 한 곳에서 200주, 다른 곳에서 30여주의 마약류 양귀비를 압수했다. 노원구는 공공 텃밭을 분양할 때 개인·단체를 나눠 분양하는데, 양귀비가 발견된 곳은 모두 단체가 분양받은 곳이었다. 양귀비 200주가 심어져 있던 영역은 전체 5.76㎡ 중 폭 약 1m, 너비 약 50㎝의 좁은 구역으로, 보행로에 가까운 쪽이었다.
공원 벤치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80대 여성 A씨는 “며칠 전 양귀비가 한 뼘 정도 자라 빨간 꽃이 좀 있으면 피려고 봉오리를 오므리고 있었다”며 “‘어렸을 때 보던 양귀비랑 비슷하게 예쁘게 자랐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낮 시간대에 산책을 자주 다니던 A씨는 “밭 주인은 70세가 넘은 남자 같았다”고도 전했다.
“도대체 마약을 왜 심은 거예요?”
양귀비가 발견된 텃밭 지척 거리에는 초등학교·파출소가 있었다. 인근 텃밭에는 작은 인형으로 만든 허수아비가 놓여있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텃밭을 꾸려가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으로 가던 유모양(14)은 “초등학교가 바로 앞인데 마약을 왜 심었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이 보고 배우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 그늘에서 18개월 아이가 탄 유아차를 끌고 산책하던 김형근씨(71)는 “수많은 사람이 다니는 곳이라 (양귀비임을) 알고도 심지는 않았을 것 같다”면서도 “재배한 사람을 찾아서 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은 기간제 노동자들이 ‘채소 서리’를 막기 위해 순찰을 다닌다. 종종 인근 주민들이 상추를 줄기 채로 꺾어가는 등 도난 사건이 많아서다. 노원구는 이들에게 마약류 식물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주 초쯤에는 경찰 마약반과 다시 텃밭 전수 점검을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양귀비를 재배한 인물이 특정되는가’라는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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