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못 기다린다”…재계, 위기 속 줄줄이 ‘핀셋 인사’
분위기 쇄신 및 실적 반전 모색 차원이라는 평가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수장 교체를 단행하는 그룹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일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 신임 수석부회장으로 선임한 SK를 비롯해 삼성전자, 신세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인사의 공통점은 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사업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사들의 성적표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10일자로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 신임 수석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재계 안팎에선 최 수석부회장이 그룹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화용 배터리·수소 등 에너지·그린 사업의 방향을 재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의 에너지분야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온, SK엔무브,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어스온 등 9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그룹 차원의 고강도 쇄신작업과 맞물려 최 수석부회장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SK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필두로 그룹 구조개편을 위한 '리밸런싱'(사업 재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도하게 벌여왔던 사업을 재편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리밸런싱의 핵심은 업황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에너지 사업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이다. 이에 최 수석부회장이 이들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만큼 더 큰 폭의 사업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선 최 수석부회장이 맡아왔던 SK온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여파로 적자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책임을 지고 한걸음 뒤로 물러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SK온은 지난해 58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올해 1분기에도 331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SK는 같은 날 유정준 SK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을 SK온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가 특히 재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인사 시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부회장'급 핀셋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은 위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했다는 의미"라며 "그룹의 사업재편과 맞물려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반전을 모색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확산하는 '원포인트 인사'…"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경고"
재계의 원포인트 인사 흐름은 점점 확산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수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DS부문장이었던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전 부회장이 맡고 있던 미래사업기획단장 겸 SAIT(삼성종합기술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상황 속에서 반도체 수장을 교체하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부진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준 상황에서 엔비디아로의 납품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다.
신세계 역시 비슷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4월 당시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했다. 주주총회에서 정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한지 일주일 만에 '경질'이라는 강수를 띄운 것이다.
재계에선 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해당 사업들이 위기에 직면하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수장 교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실적 반전을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세계건설 역시 모기업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을 초래한 주된 원인이라 위기 탈출이 절실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임원들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긴장감과 경각심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 속에 막중한 임무를 받아든 이들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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