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뜨거운 여름 함께 했던 김경문과 이승엽, 적장으로 첫 대면··· ‘발 야구’ 선포 MOON, 국민타자는 “걱정 안한다”
사령탑과 중심 타자로 베이징의 환희를 함께 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프로 구단 감독으로 다시 만났다. 누구보다 각별한 인연의 두 사람이지만 경기장에선 승패를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11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적장’으로 새로 부임한 김경문 감독에 대해 “늘 감사한 생각 뿐”이라면서도 “이제는 상대 팀으로 만났으니 냉정하게 팀 승리를 위해 100%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과 김 감독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현역이던 이 감독이 3번 타자로 활약했다. 준결승전 이전까지 23타수 3안타, 극도로 부진했던 이 감독을 끝까지 믿고 기용했던 이가 김 감독이다. 이 감독도 가장 극적인 순간, 극적인 방식으로 믿음에 부응했다. 준결승 일본전 8회 2점 홈런, 결승 쿠바전 1회 선제 2점 홈런을 때렸다. 준결승전과 결승전 모두 이 감독이 결승 홈런을 때렸다.
이 감독은 지난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늘 김 감독과의 대결을 상상했다고 했다. 2018년을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떠났지만, 꾸준히 감독 후보로 거론이 돼왔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상대 팀 감독으로 뵐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 현실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13일까지 이어지는 두산과 한화의 잠실 3연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한화의 ‘발 야구’다. 김 감독은 한화 취임 일성으로 ‘적극적인 주루’를 강조했다. 과거 두산과 NC 감독 시절 KBO 무대를 달궜던 ‘발 야구’를 새로 맡은 한화에도 이식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 취임 이전 57경기에서 30도루에 그쳤던 한화가 김 감독 부임 이후 6경기 동안 6도루를 했다. 표본은 아직 적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뚜렷하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올 시즌 도루 저지에 애를 많이 먹고 있는 팀이다. 도루 저지율 21%로 LG(19%)에 이어 두 번째로 기록이 저조하다. 이 감독은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생각만큼 도루 저지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고민은 하지 않는다”면서 “변화구 타이밍에 주자가 뛴다거나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이 길면 아무리 좋은 포수라도 도루를 저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포수의 능력 부족으로 도루를 허용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투수들도 주자를 좀 더 묶어둘 필요가 있고, 볼배합이나 투구 템포에서 좀 더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한화가 적극적인 발 야구로 나선다 하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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