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떠나면 은행으로 가거라"…100조 상속시장 쫓는 은행
[편집자주] 1958년생을 비롯해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의 기준인 '만 65세'에 대거 합류했다. 산업화 시대를 겪으며 자산을 급격히 늘린 이들의 은퇴, 상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은퇴 없이 활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회사들의 실버(銀)세대 공략 전략과 실버세대의 은행(銀行) 이용 방법을 알아본다.
11일 통계청과 양경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상속 재산은 96조506억원으로 5년 전(35조7412억원)보다 60조394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 재산까지 포함하면 2017년(90조4496억원)에 비해 2.1배 늘어난 188조421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상속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이면 고령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 유력하다. 10년내 대상속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시작한 한편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들도 고령층에 진입하고 있다.
상속시장이 급속도로 커지자 은행권은 일제히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별도의 조직을 만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유언대용신탁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언대용신탁·증여신탁 등을 중점 운영하는 '신한 신탁라운지'를 열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은행에 재산을 맡기면 살아있는 동안 원하는 대로 재산을 운용·관리하고 사후에는 상속인을 수익자로 지정해 재산을 이전하는 신탁 상품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지난달 'IBK 내뜻대로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우리보다 일찍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이미 30년 전부터 미쓰이스미토모 신탁은행 등 대형 신탁은행을 중심으로 금융회사가 유언장을 보관하고 집행자 역할을 해왔다. 이어 1947~1949년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가 고령층(65세 이상)에 진입하던 2006년 신탁법이 개정되며 '유언대용신탁'을 본격적으로 취급했다. 단카이세대가 초고령층(75세 이상)으로 진입하면서 최근에는 지방은행과 디지털 은행들도 상속 비즈니스를 확대 중이다.
하승희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 팀장은 "일본의 경우 고령인구 비중이 15% 넘은 1990년대 중반부터 상속 분쟁이 폭발했다는 통계가 있다"라며 "한국도 곧 '대상속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금융권이 일제히 상속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늘어나는 상속에 맞춰 유언대용신탁 외에도 다양한 상속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2010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출시한 하나은행은 지난 4월 '유산정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은행이 직접 유언장 작성을 돕고 금고에 보관한 뒤 집행까지 맡는다. 재산을 '넘기는' 신탁을 꺼리는 고객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국내 65세 이상 가구주의 평균 총자산(5억4836억원) 중 약 5% 내외가 현금이나 금 등 실물자산인 걸 고려한 신탁 상품도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은 2019년부터 'KB위대한유산 신탁'을 출시해 금전을 은행에 맡기면 은행이 금을 매수해 상속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최근 금 값이 상승하면서 기존 신탁자들의 이익이 커지고 문의하는 고객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비대면 온라인에도 능숙한만큼 관련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일본 미즈호(Mizuho)신탁은행은 웹 기반으로 100% 처리 가능한 유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속 서비스를 제공한 지 채 15년이 안 됐기 때문에 아직 일본이나 영국 등 신탁 선진국에 비교하면 상품 구성 등 부족한 면이 많다"라면서도 "최근 고령인구의 증가와 상속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되면 머지 않은 시일 내에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상품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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