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베이비부머 세대에 있다…은행권 "시니어 모십니다"
[편집자주] 1958년생을 비롯해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의 기준인 '만 65세'에 대거 합류했다. 산업화 시대를 겪으며 자산을 급격히 늘린 이들의 은퇴, 상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은퇴 없이 활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회사들의 실버(銀)세대 공략 전략과 실버세대의 은행(銀行) 이용 방법을 알아본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은 4억5540만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0.4%) 늘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순자산이 전년보다 4.5% 감소했음에도 시니어는 순자산이 증가했다.
경제 활동 기간이 긴 만큼 시니어의 자산이 많은 것은 자연스럽지만 젊은층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20년 65세 이상과 30대의 순자산 격차는 9569만원이었지만 지난해 1억8240만원까지 차이가 늘었다. 경제성장을 일궈내며 자산 규모가 늘어난 '오팔세대' 등이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진입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말 전체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자산의 고령층에 더 쏠려 있다. 65세 이상 가구의 순자산 규모만 2428조원으로 3년 사이 870조원(55.8%) 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금융자산도 다른 세대와 비교해 풍부하다. 65세 이상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808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1억3347억원)에 못 미치지만 저축액은 6566만원으로 평균(6073억원)을 웃돈다. 젊은층이 전월세보증금 등으로 금융자산이 묶여있어서다.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자식 세대로의 상속을 돕는 비즈니스도 은행이 집중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5대 은행의 유언대용 신탁 수탁 잔액은 총 3조3000억원으로 1년 사이 1조원 증가했다. 은행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퇴직연금세미나, 노후준비콘서트 등을 열면서 시니어 마음 잡기에 나섰다.
과거에는 은행권에서 시니어 고객은 '잡은 물고기'였다. 수십년간 거래 튼 주거래 은행을 바꾸지 않는 충성 고객으로 인식되며 은행권은 MZ세대 등 젊은 신규 고객 잡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1958년 이전 생) 세대 10명 중 1명(9.6%)은 최근 1년 내 주거래은행을 바꿨다. X세대(9.4%)와 M세대(11%)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베이비부머 세대 중 최근 1년 내 새로운 은행과 거래한 비중은 39%로 다른 세대(평균 40.4%)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전문은행 거래율은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제4인터넷은행을 노리고 있는 'U뱅크 컨소시엄'는 주요 고객층 중 하나로 시니어를 잡을 정도다.
다만 시니어의 자산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것은 단점 중 하나로 꼽힌다. 65세 이상 가구 중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1.3%에 이른다. 최근 주택연금이 오팔세대의 큰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김도아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최근 베이비부머들이 역대 최대로 부유하다는 인식이 있어 금융권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이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라며 "고객이 각 분야 전문가를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전문가 한 팀이 고객 한명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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