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커넥션' 제작진에게 바라는 단 한 가지, 제발 용두사미만은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4. 6. 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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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 재미는 체포, 의미까지 일망타진하는 형사물 될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금토드라마 '커넥션'은, 최근 왕좌를 내줬던 동 시간대 시청률 전쟁에서 SBS가 다시 주도권을 확보하게 해 준 효도작이다. SBS는 '펜트하우스', '천원짜리 변호사', '모범택시2', '재벌X형사' 등 여러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금토드라마 경쟁에서 타 방송사 대비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MBC가 '밤에 피는 꽃', '원더풀 월드', '수사반장 1958'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금토드라마의 패권을 두고 쟁탈전이 시작됐다.

'커넥션'도 경쟁자인 MBC '우리, 집' 인기가 만만치 않아(10일 현재 최고 시청률 6.2%, 이하 닐슨코리아) 격전이 벌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 단 한 번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8일 6회가 9.4%에 도달, 두 자릿수 시청률을 앞두고 있어 금토드라마 선두를 굳히는 형세다.

'커넥션'은 수사물이다. 누군가의 음모로 마약에 중독된 마약 수사팀장 장재경(지성)이 동료 형사들에게 중독 사실을 들키지 않으면서 자신을 음모에 빠트린 범죄자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거기에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석연찮은 죽음의 진실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더해진다. 아직 구체적으로 면모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중독시킨 악당들과, 자살한 친구의 죽음이 마약을 중심으로 얽혀 있다고 추정하면서 그 복잡한 실체를 밝혀나가는 중이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일에는 고교 시절 다른 친구들과의 사연도 개입된다.

'커넥션'은 경찰이 마약에 중독된 상황이라는 핸디캡이 더해진 특이한 수사물이라 흥미롭다. 장재경이 마약 중독 증세로 혼란을 겪을 때 등장하는, 뭉개지고 불안한 1인칭 시점숏은 내용을 형식적으로 잘 반영한 결과물로 작품의 시그니처처럼 작용하면서 시청자들의 시청 충성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는 느낌이다.

기업물 혹은 오피스물적 요소도 있고, 이야기 속 이야기로 고교 시절 청춘물의 재미도 더해져 있다. 다소 복잡할 수 있는 다중 이야기 중첩 구조이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 떡밥 투척-해소 사이의 신속하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 등이 합쳐져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경찰이 본의 아니게 마약에 중독된 사실을 숨기고 수사를 한다는 점은 다소 비현실적 설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총을 빼앗긴 점, 그리고 범인 체포에 총기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는 등 본인 만의 수사 방식으로 문제들을 해결해온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충분해 마약 중독 설정은 설득력을 갖는다.

'커넥션'은 주인공이 마약 중독된 형사라는 설정을 시청 충성도를 높이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잘 활용한다. 장재경은 마약 중독 사실을 경찰 동료 모르게 하면서 다른 사건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본인이 통제하려 애써도 뜻대로 되지 않고 튀어나오는 중독 후유증을 감추려 애쓴다.

다른 경찰들한테 들키지 않아야 하는 이 아슬아슬한 과정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서스펜스를 느끼게 만들고 이는 '커넥션'의 주요한 스릴러적인 재미가 된다. 장재경이 중독된 마약을 다시 입에 대지 않기 위해 힘들어하는 상황들도 계속 반복되는데 이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한다.

때로는 못 견디고 다시 마약을 입에 대기도 하고 또 참아내기도 하는데 시청자들은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마약의 유혹에 지지 않도록 응원하게 된다. 시청자들의 주인공에 대한 이런 심리적 동화 과정은 '커넥션'을 더 열심히 챙겨 보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반 종종 길을 잃고 용두사미 엔딩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기존의 일부 화제작을 답습하지 않는다면 '커넥션'은 재미를 확실히 잡은 수사물로 자리매김할 페이스를 현재 보여주고 있다. 추세가 좋다 보니 '커넥션'이 재미와 더불어 의미까지 잡을 수 있을지까지도 기대해 보게 된다.

'커넥션'에는 아직 복선으로만 깔리는 내용 중에 재개발과 관련된 스토리 라인이 있다. 친구가 죽은 장소도 재개발 지역이고, 사건과 관련 있어 보이는 재벌가 친구의 최대 관심사도 드라마의 배경인 가상의 도시 안현 시의 재개발 문제이다. 친구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난 서민들은 재개발의 수혜에서 소외된 이들로 그려진다.

'커넥션'이 재미에 의미까지 잡아내는 작품이 될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이런 재개발을 비중이 적지 않게 드라마 곳곳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물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재개발과 관련된 문제까지 다루는 이야기를 잘 확장해 작품이 의미도 확보한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지 확인하려면 남은 회차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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