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적용" vs "확대적용"…노사, 최저임금 범위 두고 힘겨루기
노동계 "노동자성 인정 확대…최저임금 적용도 논의해야"
경영계 "취약 소상공인 등 고려 필요…구분 적용 필요"
[세종=뉴시스] 고홍주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 가운데, 노사가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두고 날을 세웠다.
최임위는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노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각각 택배기사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주장과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을 펼쳤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 간 노동시장 저변확대에 따라 플랫폼 및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 비율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에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최소 수준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도 얼마 전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약속했듯, 최임위 역시 이들을 최저임금제도로 보호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가 이뤄질 시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저율의 최저임금 인상도 서러운데 높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실질임금 저하 현상의 고통까지 겪고 있다"며 "최저임금제도 취지의 목적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각종 효과에 대해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 앞서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의 근로자성 인정 법원 판례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이 특고나 플랫폼 종사자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며 도급근로에 대한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는 최저임금법 명문에 위반되는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저임금은 최임위가 심의해 의결한 안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는 실질적인 최저임금 결정권을 최임위에 부여한 것이고 여기에는 도급제 등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경우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라며 "이를 최임위 심의 의결권에서 제외하는 명문 규정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이 변화해서 플랫폼 특수 노동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이들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며 "도급노동자 중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업종부터라도 적용확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언제까지 노동자 스스로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하고, 얼마나 판례가 쌓여야 시작하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최임위가 열리면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의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힘없는 우리끼리 얼굴 붉힐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법을 국가에 함께 요구하자"고 했다.
반면 경영계는 이 같은 적용 확대 논의가 최임위 심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고, 적절하지도 않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현 시점에서 도급근로자에게 적용할 별도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법에서 부여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법은 도급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게 전제조건이고 인정 주체는 정부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최임위가 먼저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역시 "저희들이 생각할 때 최임위 논의의 핵심은 임금 지불 능력이 낮은 사용자 집단, 즉 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라며 "단일로 최저임금을 정한다면 이들의 지불능력에 맞춰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식과, 취약사용자 집단과 지불 능력을 갖춘 사용자 집단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제시한 두 가지 방식 중 후자, 즉 업종별 구분적용(차등적용)을 주장했다.
그는 "취약사용자 집단도 물가인상과 금리인상에 따른 생계비 상승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들 자신도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고통을 받고 있다"며 "근로자에게 생계비 상승을 보존해줄 정도의 수익이나 사업소득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제한다면 이는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약업종 종사자 생계보장은 정부가 더 큰 책임을 져야 될 일"이라며 "현재도 근로장려금 등 조세제도와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이를 실행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더욱 확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동생산성은 노사 공동의 책임이며 최저임금 미만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구분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전원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최임위는 통상 심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최저임금법이나 최임위 운영규정에는 이를 정해두고 있지 않지만, 노사공 위원들의 모두발언까지만 언론에 공개되고 본격적인 심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꾸준히 '밀실회의'라고 비판하면서 방식을 공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차 회의에서 경영계는 심의 기초 자료가 위원회 보고 전 특정 언론에 보고된 것을 두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 전무는 이날 회의에서도 "최임위는 노·사·공익위원 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각 주체의 입장을 공개하고, 회의 이후 내용과 관련해서도 자유롭게 언론에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밀실회의'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전원회의를 공개하게 되면 회의 내내 선명성 경쟁만 격화될 뿐이고 합리적인 토론은 불가능하게 된다. 우리나라와 같은 위원회 방식을 채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어느 국가도 회의 전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근로자위원 측은 사용자위원 모두발언이 끝난 뒤 공익위원 측에 질의를 요구했으나, 이인재 위원장이 "모두발언이 끝나고 진행해달라"고 일축했다.
이에 근로자위원인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이 "본회의 사안이 아니라 짧게 몇 말씀만 드리겠다"고 했으나, 이 위원장은 "회의 진행 공개 여부에 대해 지난 전원회의에서도 논란이 있었고 아직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본회의 개의 후에 말씀해달라"고 재차 제지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늘부터 최저임금 결정단위, 구분적용, 임금수준 등에 대한 논의를 하는데 각 심의안건 모두 무겁고 어려운 주제"라며 "논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안건 논의에 시간과 역량이 집중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임위는 이날 회의에서 회의 공개 여부와 그 범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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