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철거vs가동' 오락가락"...세종보, 허물고 짓고 반복하나

곽우석 기자 2024. 6. 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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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수공간 활용 위한 사회적 합의 절실
2018년 수문이 완전 개방됐던 당시의 세종보 모습. 곽우석 기자

'친수공간(親水空間)' 활용을 목적으로 한 금강 세종보의 정상 가동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보 운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환경단체의 항의농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장마철 홍수기를 이유로 보 재가동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와의 마찰을 피하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

세종보는 2018년 수문 완전 개방 이후 6년여만에 담수 기능을 다시 갖게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철거 위기를 맞았으나,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제기능을 찾은 것이다. 정권에 따라 운명이 180도 뒤바뀐 셈이다.

세종보 가동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관계자는 "자연성 회복을 골자로 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누더기로 만들어버리고 세종보 해체를 취소한 윤석열 정부는 과연 상식이 있는가"라며 "'4대강 사업'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고 비난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8일 세종보 담수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곽우석 기자

하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세종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시설이다.

세종보는 4대강 사업 전인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출범 과정에서 금강 '친수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이미 계획됐다. 애초부터 '풍부한 수 환경'을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과 레크레이션 등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주된 용도로 구상됐다는 얘기다. 2006년 7월 수립된 행복도시 기본계획에 상세히 반영돼 있다. 전국 16개 보 중 유일하게 인구 밀집 지역인 도심 한가운데에 설치된 이유이기도 하다.

행복도시 건설 개발계획에 반영된 '세종보'의 위치도 및 하천 정비방향' 자료. 행복청 제공

세종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전 정권 흔적 지우기' 식으로 성급히 해체 결정이 내려진 정황이 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2019년 세종보 해체 결정 당시 세종보의 핵심 목적 중 하나인 '친수공간 가치'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기획위가 공개한 경제성 분석 자료에는 친수 활동 증가 편익이 향후 40년간(2023~2062년) 고작 '20억원 이익'에 불과했다. '수 공간' 활용도가 줄어드는데도 오히려 편익이 높다는 엉뚱한 분석이란 지적이 많았다.

세종보 수문 개방과 함께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수문 개방 이후 강물이 부족해지자 시는 세종호수공원 등 중앙녹지공간 용수 공급을 위해 세종보 상류에 자갈로 임시 보를 만들었다. 하지만 매년 자갈보가 유실되는 일이 반복되자 100억원이란 예산을 들여 취수시설을 새로 건립하기도 했다.

2019년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이 발표한 '보에 대한 인식과 선호 설문 조사 보고서'의 '4대강 보 필요성' 조사 결과, 사진 왼쪽부터 일반 국민, 금강·영산강 수계 주민, 5개 보 지역 주민 응답. 환경부 제공

행복도시 건설 계획에 반영된 세종보 철거 위기에 쓴소리도 터져나왔다. 당시 행복청 관계자는 "세종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는 성격이 다른 사업인데도 정치적인 영향을 받아 안타깝다"며 "세종보가 애초 친수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건설된 만큼 철거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의 비판 여론이 높았던 것과 달리,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이 실시한 조사에선 보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보 해체를 유보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입장과 사실상 결이 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민선 4기 세종시가 추진하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기본구상 연구용역 공간 구상(안). 세종시 제공

지역사회에선 세종보 가동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반 논쟁이 아닌, 친수공간 활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원 저감 등 수생태계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치수(治水)정책의 성공여부는 국가는 물론 나아가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권 성향에 따라 보 운영 입장이 원칙 없이 뒤바뀌고 있어 사회적 낭비가 극심하다"며 "세종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합의점 찾기에 머리를 맞댈 시점"이라고 했다.

시민 윤모(한솔동)씨는 "강의 '이용'과 '보존'이 전혀 다른 세상인 듯, 언제까지 정쟁이 돼야 하느냐"며 "생활폐수가 정화되지 않고 강으로 직접 유입됨으로 생기는 문제들, 보를 막았을 때 생태계에 끼치는 해로움과 이로움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는 행정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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