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부·법보다 강력해진 거대 기술기업…'플랫폼 공화국'

이세원 2024. 6. 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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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노년의 삶…'젊게 늙는 사회'
거대 기술기업(PG)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플랫폼 공화국 = 정상조 지음.

구글, 카카오, 네이버, 유튜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일상과 분리할 수 없게 된 플랫폼 기업이 법보다 더 강력하게 현대인의 삶을 규율하고 있는 현실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질서를 모색한다.

거대 기술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편리하고 없으면 불편한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에 따르면 플랫폼은 본래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실질적으로 대신할 정도로 힘이 세졌다.

예를 들어 불법 복제물이나 음란물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정부가 단속하거나 법원이 재판하기 전에 플랫폼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차단하거나 삭제해 버린다. 미국 정부는 지난 대선 때 가짜 뉴스 확산을 막지 못했고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을 차단하지 못했다. 트럼프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한 것은 다름 아닌 플랫폼이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시키면서 그의 메시지에 족쇄를 채운 것이다.

플랫폼은 경제와 정보의 유통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전 세계에서 500만명이 우버 앱으로 승객을 태우거나 음식을 배달하고 있고 플랫폼은 쉴 새 없이 소비자에 관한 정보를 축적한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분당 400만 번 '좋아요'를 누르고 하루 평균 3억5천만건의 사진을 올린다.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올린 이미지와 '좋아요'를 분석해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 더 자세히 이용자의 인종, 종교, 성별, 성격, 정치 성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책 표지 이미지 [사회평론아카데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이용자들에게는 플랫폼의 질서를 거부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거나 사실상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쿠키나 앱 추적으로 개인 정보를 대량 수집한다. 구글은 개인 정보 수집 등에 관한 필수 정보를 한 페이지에 제공하지 않고 최대 5∼6회 클릭해야 겨우 알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용자가 지침을 이해하기 어렵게 했다가 2019년 프랑스에 700억원의 과태료를 냈다. 페이스북은 한 번에 다섯 줄밖에 보이지 않는 스크롤 화면에 정보 수집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694줄짜리 데이터 정책을 게시했다가 한국에서도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식재산권, 기술과 법 전문가이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대한민국 영토 위에 민주 공화국이 존재한다면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 플랫폼 공화국이 있는 것과 같다며 현실을 직시하고 바람직한 모습을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사회평론아카데미. 341쪽.

시니어 올림픽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2024년 6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24회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시니어 올림픽에서 어르신들이 한궁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젊게 늙는 사회 = 조병희·정영일 지음.

대표적인 1세대 보건사회학자인 조병희 서울대 명예교수와 정영일 방송대 보건환경학과 교수가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생산한 건강 관련 통계를 토대로 한국의 보건 상황을 진단하고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는 방안을 모색한다.

책에 따르면 한국은 서구 국가들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룬 경제성장을 수십 년 만에 달성하는 압축 성장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수명도 단기간에 늘렸다.

1960년에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52.4세로 미국 69.8세, 독일 69.1세와 비교하면 17년 정도 짧았지만 2004년에 미국을, 2011년에 독일을 따라잡는다. 2021년에는 83.6세를 기록해 일본(84.5세), 스위스(83.9세)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로 올라선다.

삶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인 건강수명도 살펴본다. 한국의 건강수명은 2019년 기준 기대수명보다 10.2세 짧다. 기대 수명 83.3세 중 10년 정도, 즉 인생의 8분의 1 정도는 유병 기간인 셈이다.

책은 흡연, 음주, 음식과 식생활 등 사회적 행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며 개인의 각성 외에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건강증진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 표지 이미지 [지식의날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쟁점이 된 의대 정원 문제도 통계를 통해 들여다본다. OECD 보건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인구 1천명당 의사는 2.6명이다. 여기에는 한의사도 포함돼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OECD 최하위 수준이라고 책은 소개한다. OECD 평균은 3.6명 수준이며 한국보다 의사 수가 적은 나라는 멕시코, 브라질, 튀르키예 등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의사 방문 횟수는 2021년 15.7 회로 OECD 1위였다. 2위인 일본이 11.1회, 3위 슬로바키아 11.0회와 비교해도 월등하게 빈번했다. 의사 수가 적음에도 의료 이용이 많은 것에 대해 책은 의사의 노동 시간이 길고 짧은 진료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는 점을 공급자 측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또 이런 관행에는 건강보험이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의료는 박리다매 상품이 됐고 의사는 하루에 100명씩도 진료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작은 증상도 의료에 의존해 해결하는 환자 측의 관행도 의료 이용을 높였다고 한다.

지식의날개. 312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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