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가 엑스레이 읽어 아픈 곳 `쏙쏙`… 15초면 동물질환 짚는다
"슬개골 탈구가 심하네요. 양쪽 무릎에는 관절염도 있으니 신경 쓰셔야 합니다."
지난 4일 인천 남동구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무릎이 안 좋아 다리를 저는 포메라니안 달콩이를 진단하기 위해 수의사가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리자 인공지능(AI)이 약 15초 만에 분석결과를 알려줬다. 보호자는 AI '엑스칼리버'가 분석한 달콩이의 진단 결과를 배경 지식 없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반려견들이 나이가 들어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심장병인 심장비대증 진단에 AI가 유용한 보조 도구로 쓰인다. 기존에는 심장 크기(VHS) 측정을 위해 엑스레이 사진에서 심장 크기와 척추뼈 길이를 일일이 마우스로 비교했다면, 엑스칼리버에서는 버튼만 누르면 AI가 심장과 척추뼈의 모양을 인식해 단번에 크기 값을 측정하고 19개 이상 소견을 찾아 표시해줬다.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그룹 대표원장은 "하루에 약 40~50마리를 진료하고 10~15마리 정도의 엑스레이를 찍는다"며 "AI 엑스칼리버 도입으로 주관식 문제가 아니라 객관식 문제를 풀 듯 반려동물 진단이 쉽고 정확해졌다"고 말했다.
◇ 사람에서 동물로 AI 진단 범위 넓힌 '엑스칼리버'…"연말까지 1000개 병원 도입" =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500만명 시대, SK텔레콤이 AI를 활용해 반려동물 영상 진단을 돕는다. SK텔레콤은 지난 2022년 9월 수의사의 질병 진단을 돕는 AI 기반 동물 영상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병원에서 촬영한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AI가 약 15초 내 소견 여부와 위치 등 분석정보를 수의사에게 제공한다.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현재 총 47종의 질환을 다룬다. 개는 골격 7종, 흉부 10종, 복부 16종, 고양이는 흉부 5종, 복부 7종 진단이 가능하다. 특히 개와 고양이 모두 심장 크기를 AI로 계측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AI 판독결과와 국내 대형 동물병원 영상전공 수의사들의 판독 결과를 비교한 결과, 양측 의견이 합치하는 비율은 86~97%에 달했다.
엑스칼리버는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600여개 동물병원에 적용됐고, 연말까지 1000여개 병원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호주, 동남아시아까지 진출하며 AI 서비스 수출도 시작했다.
영상의학 전공 15년차 수의사인 오이세 원장은 "국내에는 영상의학 전공자가 많이 부족한데 AI를 도입하면 특히 소규모 동물병원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보호자와 진단 결과를 상담할 때도 엑스칼리버에서 분석한 정보가 바로 표시돼 신뢰도가 높아진다. 수의사와 보호자간 라포(rapport, 친근한 신뢰관계) 형성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4000여개의 동물병원이 있지만, 영상진단을 전공한 전문 수의사는 수백명 수준에 불과하다. 엑스칼리버는 클라우드를 활용, 병원 내 별도 서버를 설치할 필요 없이 웹서비스 방식으로 동작해 관리가 쉽다. 수의사들은 연동된 모바일 기기나 PC를 통해 영상진단 판독 결과를 받아 볼 수 있다.
◇ SKT R&D 노하우·기술력 축적… CES 혁신상도 수상 = SK텔레콤은 데이터셋 개발부터 AI 모델 개발, 서비스 적용까지 그간 쌓은 R&D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엑스칼리버를 개발했다.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전북대, 충남대 등 국립대 수의대학과 협력해 데이터셋을 개발하고, 데이터 증강 기술을 활용해 AI 성능을 향상시켰다. AI 모델링 단계에서도 데이터를 선별하고 유형별로 분류해 AI 학습을 위한 최적의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하는 레이블링 자동화 기술을 활용했다.
또 액티브 러닝(능동학습)을 통해 데이터 학습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고성능의 수의 진단 AI 모델과 고품질의 학습용 AI 데이터셋을 개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구독형 요금제로 도입 부담이 적은 것도 강점이다. 동물병원이 1개월 무상 사용 후 각 병원의 사용량에 따라 9만9000원에서부터 33만원까지 다양한 구독형 요금제로 이용할 수 있다.
◇ 일본·호주·동남아시아 이어 美 시장도 간다 = SKT는 AI 수출에도 나선다.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최대 반려동물 시장인 미국 진출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수의학 행사 'VMX 2024'에 참가했다. 2월에는 수의 컨퍼런스 'WVC 2024'에 참가해 미국 내 수의사와 관계자들에게 엑스칼리버를 소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 반려동물보험그룹사 애니콤홀딩스와 손잡았다. 코로나19 이후 반려동물 입양 가정이 늘어난 싱가포르 진출을 위해선 의료기기 유통기업 스미테크와 협업한다. 지난해 11월에는 호주 에이티엑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 회사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인 'ITX PACS'에 엑스칼리버를 연동시켜 호주 시장에 선보였다.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 동물병원 체인인 메디벳 본점에도 엑스칼리버를 적용했다.
엑스칼리버 유통을 담당하는 코벳(covet:동물병원 얼라이언스) 대표이기도 한 오 원장은 "우리나라와 일본, 동남아시아는 소형견 품종을 많이 키워 비슷한 부분이 많은 만큼 엑스칼리버 수요가 클 것"이라면서 "2G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순식간에 바뀌듯 AI 발전이 유용한 진료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보호자의 신뢰도와 진료 정확도를 높여 우리나라 동물병원 진료 수준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인천=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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