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시우스 "스페인, 인종차별 아닌 척 계속하는 나라" 일침... 발렌시아팬 3명 '징역 8개월' 유죄 이끌었다

박재호 기자 2024. 6. 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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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AFPBBNews=뉴스1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
스페인 인종차별을 향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따끔한 일침이 첫 유죄 판결을 이끈듯하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10일(한국시간) "비니시우스를 인종 차별한 혐의를 받는 발렌시아 팬 3명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스페인 축구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 모욕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비니시우스는 발렌시아 원정을 떠났다가 발렌시아 홈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놀랍게도 당시 인종차별은 소수가 아닌 집단 행위로 이뤄졌다. 경기 전부터 발렌시아 팬들은 떼를 지어 "비니시우스는 원숭이야"라고 구호를 외쳤다. 경기가 시작되자 인종차별 언행은 더욱 심해졌다. 비니시우스가 공을 잡을 때마다 원숭이라고 조롱했다. 한 관중은 골대 뒤편 가까운 관중석에서 원숭이 동작을 흉내 내기도 했다.

비니시우스는 결국 폭발했고 심판에게 원숭이 흉내를 낸 관중을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의 조롱은 멈추지 않았고 비니시우스는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며 눈물을 보였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운데)가 지난 2023년 5월 라리가 35라운드에서 인종차별을 한 원정팬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인종차별 행위가 멈추지 않자 아쉬워하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운데). /AFPBBNews=뉴스1
사건 1년이 지나 스페인 사법부의 철퇴가 내려졌다. 스페인 법원은 10일 "피부색을 언급하는 구호와 동작, 노래 등으로 비니시우스를 모욕했다"며 발렌시아 팬 3명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스페인에선 비폭력 범죄로 2년 미만의 징역을 선고받을 경우 해당 피고인에게 전과가 없으면 집행이 유예된다. 대신 3명에게 향후 2년 동안 스페인축구협회 주관의 경기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비니시우스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날 "난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아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을 괴롭히는 사람이다"라며 "스페인 최초 유죄판결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모든 흑인을 위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라리가도 법원의 판결을 반겼다. 11일 "스페인에서 (경기장 내) 인종차별로 내려진 첫 유죄 판결이다. 훌륭한 소식이다"라며 "지난 두 시즌 동안 라리가는 비니시우스에 대한 인종차별적 사건 16건을 스페인 검찰에 신고했다. 라리가는 더욱 인종차별에 맞서겠다"고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도 "스페인 인종차별 반대 투쟁에 좋은 소식이다"라고 전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AFPBBNews=뉴스1
팀 훈련 중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모습. /AFPBBNews=뉴스1
지난 2시즌 동안 비니시우스를 향한 인종차별 사례는 16 건에 이른다. 그때마다 라리가와 구단은 가해자들에게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 인종차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비니시우스가 발렌시아 원정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이후 후폭풍은 거셌다. 전 세계 팬들은 분노는 당연했고 룰라 브라질 대통령,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까지 나서 라리가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안첼로티 레알 감독은 "그들은 비니시우스에게 온갖 욕을 하며 죽길 바란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스포츠다"라고 분노했다. 브라질 국민은 '라리가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하며 상파울루에 위치한 스페인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에 맞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천명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종차별은 처음이 아니고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스페인에서 인종차별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로 통하고 함께 경기를 뛰는 상대 선수와 연맹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호나우지뉴, 호나우두,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던 라리가는 이제 인종차별자들의 것이 됐다"고 비판하며 "인종차별과 맞서 싸울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달빛 속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예수 그리스도상의 사진을 올리며 "내 삶의 목적이 있다. 다음 세대는 인종차별을 겪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내가 더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난 그렇게 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5월 레알 선수들이 비니시우스 유니폼을 입고 인종차별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사진=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지난 2023년 5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인종차별 반대 퍼포먼스를 하는 팬들을 향해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사진=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엄지를 치켜올린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모습. /사진=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이후 레알 선수들은 지난해 5월 라요 바예카노전에서 비니시우스의 등번호 20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등장해 비니시우스를 지지하기도 했다. 당시 주장 카림 벤제마는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가 담긴 완장을 착용했고 선수들은 '인종차별주의자는 축구에서 퇴장'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베르나베우의 홈팬들도 비니시우스를 응원했다. 팬들은 '우리는 모두 비니시우스다'라고 적힌 걸개를 내걸었다. 비니시우스 등번호 20번을 의미하는 전반 20분이 되자 일제히 비니시우스의 이름을 연호했다. 경미한 무릎 부상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비니시우스는 팬들을 향해 인사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브라질 국가대표 동료 호드리구는 후반 막판 결승골을 넣은 뒤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미였다. 이뿐만 아니라 레알 여자축구팀, 남자농구팀도 경기 전 비니시우스 유니폼을 입고 인종차별에 맞서는 뜻을 함께했다.

하지만 비니시우스를 향한 인종차별이 이번 시즌에도 멈추지 않았다. 지난 3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일부 팬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아틀레티코와 인터 밀란의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을 앞두고 경기장 앞에서 '알레, 비니시우스 침팬지'라는 노래를 불러 논란이 됐다. 이에 라리가 사무국은 노래를 부른 팬들을 스페인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자 비니시우스는 자신의 SNS에 "이들의 처벌을 고려해주길 바란다. 내가 없는 경기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져 슬프다"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
계속되는 인종차별 행위에 비니시우스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지난 3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브라질과 스페인의 친선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비니시우스는 스페인에 만연한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8년 레알로 이적해 라리가에서 6시즌째 뛰는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을 계속 겪으며 점점 축구하는 것이 싫어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스페인은 인종차별 국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 그렇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인종차별주의자가 만연하다. 그리고 그들은 경기장 안에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모른다. 때문에 우리가 변해야 한다. 23살인 내가 스페인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며 눈물을 흘렸다.

인종차별 반대를 향한 비니시우스의 호소에 기자회견장은 박수로 가득 찼다. 비니시우스는 "축구 선수로서 축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유색인종들이 평범한 삶을 살게 되면 나는 그때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축구를 계속하고 모든 사람이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AFPBBNews=뉴스1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 대 도르트문트의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후반 막판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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