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밸류업'에 먹을 건 없었다 [視리즈]

강서구 기자 2024. 6. 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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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밸류업 100일의 기록➌
한눈에 본 밸류업 프로그램
‘기업 밸류업’ 기대감 컸지만…
실망스러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배당 성향, 지배구조 개선 빠져
알맹이 빠진 정책 효과 나타날까

# 올해 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높여 침체에 빠진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였다. 정부의 정책에 관련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기업 밸류업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낮은 배당 성향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었다. 소문난 잔치엔 결국 먹을 게 없었다. 視리즈 밸류업 100일의 기록 마지막 편, 한눈에 본 지표다.

한국 증시를 논할 때 단골손님처럼 언급되는 것이 있다.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의 주가와 비교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증시의 고질병처럼 여겨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나온 지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주다. 최근 몇년간 금융주는 고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저평가도 여전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금융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0.4배 수준에 불과했다. 저低 PBR 종목의 대표주자로 금융주가 빠지지 않는 건 이런 이유서다.[※참고: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1배를 밑돌았다는 건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에도 못 미칠 만큼 주가가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에 관계 기관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금융위원회는 2월 상장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섰다. '기업 밸류업 자문단'을 꾸리고 기관투자자와 경제단체는 물론 중소기업의 의견을 듣겠다면서 수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연히 저PBR 기업으로 묶였던 종목의 주가가 춤을 췄는 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거래소연맹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2558개로 글로벌 증시 중 7위를 기록했다(표➊). 하지만 PBR 평균은 1.05배로 미국(4.55배), 인도(3.73배), 대만(2.41배)는 물론 신흥국 평균인 1.61배보다도 낮았다.

주가수익비율(PER)도 마찬가지다. 국내 증시의 10년 평균 PER은 14.16배로 선진국 평균(19.69배)과 신흥국 평균(14.32배)를 밑돌았다(표➋). 10년 평균 배당성향은 26.0%로 국내 증시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대만(55.0)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표➌). 시장의 관심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쏠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내용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획을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 배당 성향 상향,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참고: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2020년 기준으로 실시한 기업지배 구조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지배구조 순위는 아시아 12개국 중 9위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점수는 56점으로 1위를 차지한 호주의 82점보다 26점이나 낮았다(표➍).]

시장의 반응도 냉랭하기만 하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도 코스피지수는 2700포인트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고, 코스닥지수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대감에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던 밸류업 관련주의 주가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되레 뒷걸음질쳤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실망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다(표➎).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혹평을 떨치고 기업가치 제고란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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