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 빈집' 들어간 SK, '수주 점프' 삼성…"美·中 정세 급변" 우려도

샌디에이고(미국)=홍효진 기자 2024. 6. 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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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바이오 USA]
미국 vs 중국 '고래 싸움'…한국, '영리한 새우' 발판
격동 속 기회 모색…"급변 흐름 주의해야" 우려도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에 마련된 '한국관' 모습. /사진=홍효진 기자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 입법화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기업은 '격동 속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국제 행사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 현장에서도 막판 변수였던 중국 우시의 불참으로 핵심 위치에 단독 부스를 차린 SK팜테코를 비롯,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스티팜 등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드러났다. 그러나 업계에선 생물보안법이 미·중 '정치 대립'의 결과물인 만큼 국제 정세의 급변을 유의해야 한단 우려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6일(현지시간) 열린 올해 바이오 USA에선 중국 업체의 위축으로 한국 기업의 활약상이 유독 두드러졌다.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 갈등이 깊어지면서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을 비롯해 그 외 중국 CRO(임상수탁), CMC(제조공장지원), CMO(위탁생산) 기업 등이 현장에서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 기업 등으로 시선이 몰렸다는 평가다.

요그 알그림 SK팜테코 대표가 지난 6일(현지시간)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바이오 USA' 한국 공동 취재단


업계에서도 전반적인 수혜가 가시화될 것을 예상한다. 요그 알그림 SK팜테코 대표는 지난 6일 바이오 USA 현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글로벌 보고서나 시장 데이터에서 CGT(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30%가량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 CGT 분야의 새 인수 계획은 없다. 생물보안법 관련 정치적 내용은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많은 기업이 중국 업체의 대안을 찾고 있고 SK팜테코가 고객사를 유입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생물보안법 추진 이후 SK팜테코에는 관련 수주 계약 문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최근 2~3년간 CGT 시장은 투자 규모가 감소하는 등 매우 힘든 시기를 겪었다"며 "지금은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현재를 (여러 측면에서) 시장의 최저점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 SK팜테코는 CGT 시장에서 2배 이상 성장을 기대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전시장 안쪽에 부스를 차렸던 SK팜테코는 올해 우시 불참으로 전시장 입구 인근의 핵심 위치를 선점했다.

성무제 에스티팜 부사장은 "지난달 보스턴에서 빅파마와 미팅을 진행했을 때도 먼저 만나자는 제안이 왔다"며 "제조사만 옮기는 것도 제조 과정에서 (기존 업체 대비) 다른 불순물의 검출 여부 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3~5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복잡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생물보안법 통과 시 (중국의) 대체 기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단정짓진 않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최근 고객사 수주 문의가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 개막 당일 현장. /사진=홍효진 기자


우시 등 중국 업체의 강점이 '가성비'인 만큼 제조 속도가 빠르면서도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을 향한 시각은 긍정적이다. 바이오 USA에 참가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대체자로 거론되는 인도 업체는 데이터의 무결성과 제품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며 "미국이나 유럽 CRO·CMO로 간다고 해도 높은 비용에 더해 납기일을 못맞추는 경우가 많아 곤란하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현재 업계 분위기에 대해 "항체의약품, CGT, GPL-1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등 고부가 의약품 생산 가치사슬을 중국에 넘기면 안 된단 인식이 미국 내에 팽배한다"며 "이 시점에서 한국 CRO가 치고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산업 가치사슬이 어떻게 재편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 기업의 기회가 '정치적 갈등' 속에서 열린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입장에선 늘어난 생산량만큼 시설 증설이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미·중 정치적 갈등이다 보니 언제 환경이 급변할지 몰라 선제 대응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내 업계에 긍정적인 건 맞지만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미국)=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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