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횡령사고 터지면 은행장도 처벌받는다

김지섭 기자 2024. 6. 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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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 내달 시행
정부, 지배구조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앞으로 심각한 불완전 판매나 직원의 대규모 횡령 같은 대형 금융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같은 최고경영자(CEO)도 법적 책임을 지고 금융 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지금은 금융 사고가 터져도 행위자와 상위 감독자만 제재를 받을 뿐 CEO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처벌 ‘무풍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픽=김성규

금융위원회는 11일 금융권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내부 통제란 금융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사 임직원이 지켜야 하는 기준과 절차를 말한다. 개정안은 이달 중 공포되며, 내달 3일부터 시행된다.

◇대규모 금융사고 시 CEO도 처벌

윤석열 정부는 2019년 외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건, 은행 직원 횡령 등의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금융사고 예방 및 원천 봉쇄를 주요 국정 과제로 정했다. 이후 학계·법조계 전문가, 금융회사들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 작년 6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해왔다.

당시 개선안의 핵심 내용이 책무구조도 제도의 도입이었다. 이사회의 내부 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내부 통제 관련 사항을 이사회 심의·의결 대상에 넣고,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조치 등이다.

현행 지배구조법에도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와 관련 절차 등이 명시돼 있지만, 구체적 책무가 임원별로 정해져 있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고가 터지면 담당 임원이나 CEO들은 ‘하급자의 위법 행위를 알 수 없었다’고 하면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금융회사가 수십 가지 책무 예시를 참고해 임원별 책무를 정한 뒤 금융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CEO에게는 책무 구조도 작성 의무가 따른다. 또 조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최종 책임을 CEO가 져야 한다. 2019년 우리은행 DLF 사태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내부 통제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책임으로 금융 당국의 중징계를 받았다가 징계취소 소송을 내서 승소했는데, 앞으론 이런 사례가 다시 나오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는 CEO나 임원이 금융사고에 대해 ‘몰랐다’고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소명해야 면직·정직 등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 업권별 차등

지배구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이 아닌 사외이사는 책무를 배분받을 수 있는 금융회사 임원에서 제외된다. 반면 준법감시인·위험관리책임자는 임원이 아니더라도 책무구조도 대상이 된다.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는 업권과 자산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모든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은 내년 1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내야 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금융투자업자·보험회사는 내년 7월 2일까지, 자산 총액 5조원 미만인 금융투자업자·보험회사를 비롯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자산총액 7000억원 이상인 상호저축은행은 2026년 7월 2일까지가 제출 기한이다. 자산 총액 5조원 미만인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자산총액 7000억원 미만인 상호저축은행은 2027년 7월 2일까지 내면 된다.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세부 내용도 정해졌다. 대표이사 등은 우선 내부통제 총괄 관리 조치를 해야 한다. 또 ‘복수의 임원이 보고한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부통제 등에 관한 사항’과 관련해 잠재 위험에 대해 점검하고 임직원의 이런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비슷한 위반 사례 발생 가능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 금융위는 책무구조도 도입 과정에서 제기된 금융권의 질의사항에 대한 답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책무에 대한 설명 및 배분방법’,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총괄관리의무 상세내용’ 등 개정 지배구조법의 집행·운영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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