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 무실점→1.1이닝 8실점…시라카와의 혹독한 KBO 적응기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 7일 부산 롯데전 선발 시라카와 케이쇼(23)에 대해 “긴장만 덜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시라카와는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1일 고척 키움전에서 5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9-0 완승을 이끌었다.
최고 시속 150㎞ 빠른 공을 던졌고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했다. 결과 말고 내용만 보자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시라카와는 1회말에만 볼넷 3개를 허용하며 급격하게 흔들렸다. 본인의 장기인 삼진으로 위기에서 탈출하긴 했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 초반 위기를 넘긴 뒤론 안정을 찾았다.
어쩌면 긴장감이 드는 게 당연했다. 부상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SSG가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통해 6주간 단기 영입한 시라카와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던 20대 초반의 젊은 투수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프로 무대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프로로선 신인 선수나 다름없다. 낯선 공인구와 마운드에 적응하는 것도 당장의 숙제였다.
1만 명 이상 관중들의 함성 속에 투구하는 것도 낯설었다. 이 감독은 “첫 경기 뒤에 시라카와랑 얘기했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라며 “현재 시라카와에게 필요한 건 본인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긴장만 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라카와는 두 번째 등판에서 경기 초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1회말 선두 타자 윤동희에게 2루타, 고승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시작된 위기에서 결국 4실점 했다. 2회말 들어서도 제구가 흔들리며 롯데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얻어맞았다. 시라카와는 1.1이닝 7안타 3사사구 1삼진 8실점(7자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2만 명 넘는 부산 관중들의 열기에 짓눌린 멘털적인 아쉬움도 있었지만, 기술적으로도 첫 등판 때보다 좋지 않았다. 이날 시라카와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3㎞ 수준으로, 앞선 키움전과 비교해 3㎞ 떨어졌다.
이 감독은 “독립리그와 관람 분위기나 문화 자체가 다르다. 어린 친구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경험이 시라카와의 야구 인생에 좋은 계기가 되려면 본인이 가진 것을 그라운드에서 다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라카와를 불펜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감독은 “어떤 것이 선수에게 더 맞는 옷이고, 팀이 이길 수 있는 방향인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KBO리그에서 혹독한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시라카와는 세 번째 등판에서 어떤 투구를 보여줄까. 사령탑의 조언처럼 이젠 자신의 가치를 마운드 위에서 증명해야 한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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