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olumn] ‘고인 물은 썩기 마련’ 정몽규 회장님, 책임은 언제 지실 겁니까?

포포투 2024. 6. 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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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물은 계속 흘러들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현재 한국 축구가 어수선한 상황 속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정황상 4선을 염두로 두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축구 팬들과 한국축구지도자협회(이하 지도자협회)에서는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나 그는 묵묵부답.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정 회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한국 축구의 추락은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해 3월 우루과이와의 A매치를 앞두고 열린 이사회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월드컵 10회 연속 출전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자축, 축구계 화합과 새출발을 근거로 사면했다는 입장이었다. 큰 논란을 빚자 곧바로 철회하며 직접 나서서 사과했으나 많은 축구 팬들이 분노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부분이 존재했다. 당시 사면을 의결한 이사회에 참석한 임원들은 대거 물러났으나 정 회장만은 자리를 지켰다는 것. 이 모든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회장임에도 그는 협회 안정, 임기를 잘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물러나지 않았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 선임 실패. 그 배경에도 정 회장이 있었다. 축구계에서는 전설임에도 감독으로서의 평판은 좋지 못했던 클린스만. 자국 언론에서조차 클린스만 선임에 대해 의아해하며 많은 보도가 쏟아졌지만 정 회장과 대한축구협회는 흔들리지 않았다. 결과는 대실패. 그는 재임 기간 전술 부족, 재택-외유 논란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결국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무엇보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벌어진 선수단 내분에 대해 감싸기는커녕 오히려 선수 탓을 하는 ‘패배자’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고 난 후 정 회장은 끝까지 책임회피를 하며 4선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현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임시 감독체제로 운영 중이다. 첫 번째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인물은 황선홍 전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여러 후보군 가운데 정 회장과 정해성 전력 강화 위원장은 황선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축구 팬들은 모두 의아해하며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이유가 있었다. 당시 황 감독은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있었고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 결국 이 선택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황 감독은 3월 국가대표팀 A매치 태국과의 2연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선수단 화합을 이루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그러나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집중했던 탓일까. 정작 올림픽 본선 진출에는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패배해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말 그대로 참사가 벌어졌다.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대한축구협회의 행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하나뿐이었다. 그 누구도 직접 나서서 사과하지 않았다. 황 감독 선임 전 자신이 책임지겠다던 정해성 전력 강화 위원장과 이 모든 일의 책임자인 정몽규 회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5월까지 정식으로 감독 선임하겠다는 약속은 결국 임시 감독체제의 연속을 이끌었고, 현재 김도훈 임시 감독체제로 이어졌다.


추락하는 한국 축구 상황 속 정몽규 회장의 행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AFC 집행위원으로 단독 출마하여 당선해 4선의 가능성을 보였다. 또한 자신이 총수로 있는 HDC 현대산업개발과 KFA 대한축구협회 간 4년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이 2028년 5월 31일까지다. 이를 두고 연임의 시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대거 등장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축구협회 회장 후보자 나이를 ‘만 70세 미만’으로 제한했다. 조직의 혁신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위와 같은 규정은 현재 1962년생인 정몽규 회장이 앞으로 10년 이상 더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역량이다. 역량만 좋다면 혁신은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반대로 의문이 생긴다. 정 회장의 집권 시기 동안 혁신적이었는가? 나이 제한을 혁신적인 이유로 규정하기에는 그동안의 결과가 전혀 혁신적이지 않고 오히려 도태되고 있지 않은가. 승부조작 사면, 감독 선임 실패,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 실패 등 도무지 축구 팬들이 납득하기 힘든 결과만을 보여주었다.


가장 고통받고 힘든 건 그라운드 위 선수들과 응원하는 팬들이다. 팬들이 없으면 선수들이 뛰는 의미가 없고, 선수들이 없다면 팬들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 두 부류가 서로 화합하고 힘을 내야 축구계의 발전이 일어난다. 그러나 한 사람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두 부류가 가장 힘들고 고통 받고 있다. 힘이 나야 경기도 뛰고, 팬들도 신나게 응원할 수 있기 마련. 현재 그렇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6일 펼쳐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싱가포르와의 경기에서 7-0 대승을 기록한 점은 고무적이다. 정말 오랜만에 선수들과 팬들 모두 신이 난 모습이었다. 그동안 암울했던 상황 속 한 줄기 빛과 같은 경기였다.


귀를 닫고 눈을 감는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회장이라는 자리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현재 태국 축구협회장과 일본 축구협회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태국 축구협회장인 람삼 회장은 여성 최초 태국 축구협회 수장이다. 그녀는 지난 3월 한국과의 예선 2차전 경기 이후 팀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언론에 직접 나서 화제가 됐다. 응원석에 올라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직접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청한 것이다. 한국의 정 회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기에 많은 국내 축구 팬들의 부러움을 샀다.


지난 3월 일본 축구협회장 수장이 된 미야모토 츠가네스.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취임한 그는 일본 축구의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맞게 차근차근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FIFA 마스터를 통해 행정, 경영 등 개인의 역량 역시 갖추었다. 한국의 라이벌인 일본. 그러나 배워야 할 부분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퇴보하고 있는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두 나라의 예를 따라가야만 한다.


현재 한국 축구는 위기 속에 있다. 그러나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오는 법. 암울한 상황 속에도 한국 축구를 지지하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이 있기에 다시 도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변화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변화를 가져가야만 한다. 그게 사람이든 시스템적인 부분이든 말이다.


글=‘IF기자단’ 3기 박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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