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쌓인 길? 시선과 관심?…'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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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가 달린 알루미늄 파이프가 모터에 연결돼 계속해서 원형을 그린다.
벽면에 설치된 또 다른 모터에서는 소금이 조금씩 떨어진다.
이번 개인전은 학고재에서 여는 첫 개인전으로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는 이름을 가졌다.
'눈길'은 '눈이 쌓인 길'이라는 뜻도 있지만, '시선과 관심'이라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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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빗자루가 달린 알루미늄 파이프가 모터에 연결돼 계속해서 원형을 그린다. 벽면에 설치된 또 다른 모터에서는 소금이 조금씩 떨어진다. 떨어지는 소금을 빗자루가 쓸어내면서 원 바깥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다르게 소금이 쌓여간다. 'salt of the earth'라는 이 설치 작품은 과정이 결과이고, 결과가 과정이 되는 순간에 대한 작가 고민의 결과물이다.
작품 '2184'는 2184년 달력 각 월(月)을 아크릴로 인쇄해 하나로 포갠 것이다. 12장이 포개어 있으니 아무리 숫자를 알아보려고 해도 알 수 없다. 2184년이면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지금의 많은 기념일이 유지되고 있을까. 달력의 시간은 진리로 작용할 수 없지만, 우리의 삶에서는 시간이 곧 진리다. 달력이지만 알아볼 수 없는, 사실상 의미 없는 날짜들로 작가는 '문화와 제도'(달력)가 실제로는 애매한 존재라는 주장을 강조한다.
평면성을 뜻하는 'flatness'는 실리콘으로 입체화한 반면, 대면·외장 등을 뜻하는 'facing'은 어미 '-ness'를 붙이고 평면화했다. 대면성과 평면성의 모순적 상태의 충돌을 현시해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딜레마를 상기하는 작품 'undecidable'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노윤희·정현석으로 이뤄진 아티스트 컬렉티브 '로와정'이다. 이들은 20대 중반인 2007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사유로 미술계의 주목을 끌었다. 무한한 지평을 달리는 수평적 사유의 작가로 알려진 이들은 주제나 형식이 반복되지 않고 거의 모든 작품을 새롭게 펼쳐냄으로써 국내 개념미술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학고재에서 여는 첫 개인전으로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는 이름을 가졌다.
'눈길'은 '눈이 쌓인 길'이라는 뜻도 있지만, '시선과 관심'이라는 뜻도 있다.
작가는 동서고금 구분 없이 철학과 언어학, 역사, 예술, 문학, 매체학, 미술사를 쉼 없이 연구해 작품에 반영한다. 전시명의 중의적 표현처럼, 작가는 지나치는 일상이지만 우리의 시선과 관심도 훈련과 공부를 통해 쌓이며, 그렇게 쌓인 시적 사유야말로 예술의 샘이라고 강조한다. 7월 6일까지.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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