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사격하는 꼴"…금리 인하 두고 중앙은행 '난감'

임다연 2024. 6. 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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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각각 총선과 대선 앞둔 美, 英
정치적 논란 피하려는 중앙은행들
금리 인하 시기 조정 가능성 높아져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3월 20일 워싱턴DC에서 기준금리 정책에 관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 예상을 뒤집고 또다시 연 5.25∼5.50%로 동결을 결정했다. (자료=로이터)


미국과 영국이 올해 각각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미국 중앙은행(Fed)과 영국은행(BOE)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 여부와 시기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직 관리와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Fed와 BOE가 현 정부를 돕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는 인식을 피하고 싶어한다"며 "선거에 가까워지면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현 정부를 돕는다는 정치적 의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미룰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시장에서는 Fed와 BOE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Fed, 9월 금리 인하할까대선 앞두고 부담 커져

FT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선 전 마지막 회의인 9월 중순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Fed가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FT에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Fed가 선거 전 금리 인하를 단행해 주목을 끌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4월 기준 3.4%로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다.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Fed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고용시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을 뒤집고 5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27만2000개 늘어 4월 수정치인 16만5000개와 블룸버그 예상치인 18만 개를 크게 넘어섰다.

FT는 견조한 미국 경제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하나둘 발표되며 Fed가 금리 인하를 미룰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봤다. 포센 소장은 "(금리 인하를) 무기한 미룰 수는 없다"면서도 “Fed가 11월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FT는 총선은 Fed의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주장도 언급했다. 도널드 콘 전 Fed 부의장은 "(Fed는) 그들의 결정이 정치가 아니라 경제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그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9월에 노동 시장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Fed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강조해왔다.

 총선 2주 앞두고 금리 결정하는 BOE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 (자료=EPA)


어려운 결정을 앞둔 것은 BOE도 마찬가지다. BOE의 다음 회의가 다음달 4일 열릴 총선을 불과 2주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집권 보수당이 야당인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는 상황을 뒤집고자 지난달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들었다. 10~11월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갑자기 선거가 당겨지면서 BOE는 발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정치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소관인 일만 결정한다"이라며 정치로부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베일리 총재는 "물가상승률에 대한 고무적인 소식이 있었고 물가상승률이 향후 두 달 내로 우리의 목표치인 2% 부근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낙관적인 발언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수낵 총리는 야당인 노동당이 아닌 보수당에 투표하는 것이 더 저렴한 차입 비용을 위한 투표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BOE의 금리 인하 결정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틴 웨일 전 BOE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은 "최근 정부는 과거 정부에 비해 통화 정책에 대한 의견을 더 많이 제시하고 있다"며 "운영 독립성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수실 와드와니 전 MPC 위원은 FT에 "원칙적으로 선거 전에 BOE가 조치를 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정치인들이 (금리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어 BOE에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찰스 굿하트 전 MPC 위원은 "BOE는 정치에 개입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라며 다음달 선거가 끝난 후 바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19일 발표될 영국 인플레이션 지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전망치(2.1%)를 넘어선 2.3%를 기록했고, BOE가 면밀히 주시하는 서비스 물가도 전년 대비 5.9% 상승해 전망치(5.5%)를 웃돌았다. 와드와니 전 위원은 "19일 발표되는 수치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면 누구도 인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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