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 박테리아는 서로 소통한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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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억년 지구 역사에 일어난 대사건 중 하나로 광합성 박테리아의 출현이 꼽힌다.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메탄 등으로 가득 찬 원시 지구에 35억년 전쯤 출현한 시아노박테리아는 햇빛과 이산화탄소로 포도당과 산소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지구 표면을 뒤덮은 시아노박테리아는 서서히 지구 대기에 산소 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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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46억년 지구 역사에 일어난 대사건 중 하나로 광합성 박테리아의 출현이 꼽힌다.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메탄 등으로 가득 찬 원시 지구에 35억년 전쯤 출현한 시아노박테리아는 햇빛과 이산화탄소로 포도당과 산소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지구 표면을 뒤덮은 시아노박테리아는 서서히 지구 대기에 산소 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산소로 숨 쉬는 생물은 시아노박테리아의 역사 덕분에 생겨나고 진화할 수 있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금도 지구에 번성하는 대표적인 광합성 박테리아다. 때로는 너무 증식해 녹조 같은 피해를 일으키지만, 지구 이산화탄소의 10%가량을 흡수한다는 시아노박테리아는 식물과 더불어 탄소중립 시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동반자로 꼽힌다. 시아노박테리아의 생태학과 생물학에 관한 연구도 부쩍 활발해졌다.
최근에는 해양 시아노박테리아들이 연결망을 구축해 서로 소통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나노튜브’라 불리는 호스 모양의 아주 작은 관을 만들어 서로 연결하고서 물질을 주고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스페인 코르도바대 연구진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보고됐다.
전자현미경으로나 간신히 식별되는 시아노박테리아의 나노튜브는 사람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정도 굵기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시각적으로 쉽게 식별하게 해주는 형광단백질 실험기법을 이용해 박테리아 내부의 분자 물질이 튜브를 통해 교환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박테리아들이 가는 관을 통해 소통한다는 사실이 아주 새로운 건 아니다. 나노튜브는 대장균 같은 다른 박테리아에서 이미 발견된 바 있는데, 해양 생태계에 1차 생산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합성 박테리아에서 확인된 건 처음이다.
나노튜브 소통은 연구진이 스페인 연안 바다에서 채집한 야생의 시아노박테리아에서도 관찰됐다. 게다가 해양 시아노박테리아는 아주 다른 종의 박테리아와도 나노튜브로 물질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나노튜브가 미생물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상호작용 메커니즘일 수 있다”고 말한다.
발견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연구진은 3년 전 전자현미경 영상을 살펴보다 기이한 실 모양 구조물을 보고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사실 이런 형상을 자신들이 처음 본 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이전의 다른 논문들에 실린 현미경 영상에도 더러 실 모양 구조가 나타났지만, 아마도 박테리아와 무관한 외부 물질로 간과되거나 무시됐을 것이다. 스페인 연구진은 기이한 관찰 경험을 놓치지 않고 본격 연구로 확장해 다양한 시아노박테리아 종들에 나타나는 나노튜브의 구조와 특성을 밝힐 수 있었다. 더욱 주목할 만한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시아노박테리아는 과학계에서 자주 호명되는 대표적인 미생물이 되었다. 인간의 눈에 잘 띄지 않은 채로 지구 시스템의 순환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미생물에서 우리는 동반자로서 어떤 지혜를 구할 수 있을까? 인간 중심의 역사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미생물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들어 우리에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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