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앞두고 전기 불안한 대만, 세계 반도체 공급 위험
7년간 3차례 대규모 정전, 4월에도 동시 다발적으로 정전
탈원전에 해외 에너지 의존으로 전력 공급 불안
올해 여름, 엘니뇨 영향으로 지난해 이어 역대급 더위 전망
민간 전력 소비 늘어나면 반도체 기업 전력 감당하기 어려워
대만 외에도 세계적으로 파운드리 전력난 이슈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파운드리)의 약 70%가 몰려있는 대만에서 전기가 부족해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뜩이나 불안한 현지 전력망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대만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세계 1위였다. 한국 기업은 12%로 2위였다. 대만과 한국의 올해 예상치는 각각 70%, 11%로 추정된다.
반도체는 제조 공정상 잠시라도 공장이 멈출 경우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하며, 대부분의 공장들은 자체 발전 시설을 운용한다. 하지만 정전이 길어지면 경제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대만은 잦은 지진과 낡은 전력 시설로 인해 자주 전국 단위 정전이 발생한다.
CNBC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지난 7년간 3차례의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고 지난 1년 사이에도 소규모 정전이 잇따랐다. 올해 4월에는 대만 북부에서 사흘에 걸쳐 동시 다발적인 전력 부족 사태가 기록됐다. 2022년에는 한 해 동안 313건의 정전이 발생했고 500만가구 이상 영향을 받은 대규모 정전도 있었다. 앞서 2017년에도 대규모 정전으로 약 700만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대만 국책 연구소인 중화경제연구원의 천종쉰 부연구위원은 "잠재적인 전력 부족과 전력 품질 및 신뢰성 저하에 대한 우려는 반도체 산업에 운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BC는 섬나라인 대만이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발전 시설은 대부분 화력 발전소로 석탄과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요의 97%를 수입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도 있지만 잦은 지진으로 '탈원전'을 추진하는 현지 정부의 정책 때문에 가동률이 떨어진다. 대만 정부는 2025년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셉 웹스터 선임 연구원은 "대만은 에너지 위기와 그 보다 더 중요한 전력 위기를 함께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료를 해외에 의존하는 발전 방식은 전력사에도 큰 부담이다. 석유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 원자재 가격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크게 뛰었다. 웹스터는 대만 정부가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료를 올리지 않아 수요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 경제부는 현재 전기료가 20년 전보다 저렴하다고 밝혔다.
대만의 국영 전력사인 대만전력공사(TPC)는 2022년에 적자가 확대된 데 이어 2023년에 세전 기준으로 63억달러(약 8조6782억원)의 손실을 보고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알파센스의 미셸 브로피 조사 국장은 "TPC가 손해를 보고 있어 반도체 산업과 대만 경제 전반에 잠재적인 전력 차질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대만 경제부는 지난 3월 회의에서 올해 4~9월 전기료를 인상한다며 연간 전력 소비량이 5억킬로와트시(kWh), 150억kWh 이상인 대규모 사업장 대상 전기요금을 각각 15%, 25% 올린다고 밝혔다. 그 결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의 전기 요금은 25% 오를 전망이다.
CNBC는 해당 조치에 대해 일반 가정의 전기료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폭염이 예상되는 올해 여름의 전력 수요는 전체 전력망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셀레스트 사울로 사무총장은 지난 1월 “지난해 우리는 가장 더운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엘니뇨의 영향이 기상에 전면적인 영향을 미치면 올해는 훨씬 더 덥고 극단적 날씨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5개월 이상, 0.5도 이상 올라가면서 서태평양의 온도는 내려가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통 2~7년 주기로 반복된다.
웹스터는 "앞으로 대만이 한정된 공급 때문에 전력을 배급하는 형태로 더 자주 대응해야 한다면 자국 반도체 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반도체 생산 역시 느려지고 세계 반도체 시세가 올라간다고 추정했다. 이어 "대만의 전력난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도체 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문제는 대만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할 예정이다.
다국적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해 4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제조사들이 2030년 사용하는 전력량은 237TWh(테라와트시)로 2021년 호주 대륙 전체의 연간 전력 사용량과 비슷해질 전망이다.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전력 사용량은 2021~2030년 사이 23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연간 대만 전력 사용량의 약 25%를 TSMC가 쓸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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