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 리서치센터장 “ETF는 가상자산 시장 성장 계기···증권성 여부 규정과 함께 추진될 2단계 입법 중요”
올해 가상자산 시장의 화두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예상을 깨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을 승인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사실상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고금리에 위축됐던 가상자산 투심도 ETF발 랠리에 힘입어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과 홍콩 등에서도 잇따라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추진하면서 국내 금융당국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다음달부터 시행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가상자산 현물 ETF 발행·상장·중개를 금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빗 본사에서 만난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ETF는 변동성이 축소되고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며“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가상자산 증권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지는 만큼 2단계 입법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코빗에서 근무한 최 센터장은 지난 4월부턴 김민승 센터장과 함께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다. 코빗은 현재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중 유일하게 리서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래는 일문일답.
ETF로 새로운 패러다임 맞은 가상자산 시장
-올해 가상자산 시장이 현물 ETF 출시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가상자산 현물 ETF가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ETF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SEC도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기반 자산으로 승인해준 것이다. 기관 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자산군 중 하나로 인정받은 것인 만큼, 기관 자금은 물론 시가총액 확장 측면에서도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미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에 대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올해 현물 ETF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의 친 가상자산법인 FIT21(21세기 금융 및 기술 혁신법)이 상원 통과를 준비하고 있는데, 하원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여온 민주당도 찬성표를 많이 던졌다는 분석이 있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가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입장을 선회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2021년 상승장과 달리 현 상승 국면은 고금리 기조 하에서 이뤄진데다, ETF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가상자산이 상승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보나?
“2021년 상승과는 달리 연초에 반감기(비트코인의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가 있었고, ETF를 통한 기관 자금이라는 이슈가 상승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주로 들어와 다른 알트코인의 불장(상승장) 가능성은 이전보다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
-5월 초 800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이더리움 ETF 상장 승인 후 9800만원 수준까지 올랐지만 국내 거래량은 부진한 상태다. 투심이 가라앉은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투자자들은 다른 글로벌 국가들에 비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아닌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은 나라다. 옛날 기준이라면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하면 알트코인 불장이 와야하지만 (ETF 상장 이후에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알트코인 거래량도 떨어지는 것이다. 일단 법인이 들어와야 알트코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거래의 집중도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더리움 ETF에는 스테이킹(가상자산의 일부를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것)이 배제된 만큼,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ETF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직접 이더리움을 구매하는 것보다 불리하지 않나?
“원래는 발행사가 ETF를 발행하면 담보금처럼 이더리움을 갖고 있어야하는데, (보유에 대한) 스테이킹이 없어지다보니 사실 ETF 투자자 입장에선 이더리움을 직접 보유하는 것 만큼의 메리트는 없다. 다만 ETF로 보유할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에 따라 연금계좌 등에 포함할 수 있고, 가상자산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심리적 측면에서 ETF가 우위에 있을 것이다.”
-이더리움 외에 솔라나와 리플 등 다른 알트코인에 대해선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있나?
“당분간은 논의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미국의 경우 이더리움 선물 ETF가 (사전에) 승인을 받고 거래가 됐다. 다음 타깃을 보기 위해선 선물 기반 ETF가 있는지 봐야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에서 다른 알트코인 기반 선물 ETF도 없고 소식도 없다. 증권성의 이슈 등이 해결돼야 하지만 다른 알트코인에 대해서도 선물 ETF (승인 서류)제출 움직임, 나아가 현물 ETF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내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만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고 있는데 국내 ETF가 수혜를 볼 수 있을까?
“정부 입장은 이용자 보호 규제부터 만들고 논의하자는 스탠스로 알고 있다. 7월부터 시행되는 규제의 여파 등을 모니터링한 뒤에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 홍콩 현물 ETF 승인 당시에도 미국에 비해 시장 참여자 규모가 작다보니 예상보다 효과가 지지부진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같은 논지로 봤을 때 한국에서 승인이 되는 것은 자금 편입에 따른 수혜 측면에서 호재이지만 어떤 참여자가 들어오는지가 관건이다. 자금력이 큰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기존 플레이어들이 상대적인 우위가 있을 수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 발행·중개가 허용될 경우, 국내 가상자산 가격과 해외 가상자산 가격 차이를 의미하는 ‘김치 프리미엄(김프)’도 완화될 수 있을까?
“김프는 수요 대비 공급이 되지않아 발생하는 것인데,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를 국내에서 중개한다면 국내 수요를 어느 정도 경감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외국환거래법 관련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간접적으론 김치 프리미엄을 완화하는 데 작용할 수 있다”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이용자 보호법’이란 말 그대로 불공정 거래와 투자자 보호에 맞춘 것이다보니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 상장, 발행 공시를 어떻게 하고 가상자산의 증권성은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결국 2단계 입법 추진 과정에서 같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래소 자체에 대한 규제 등도 의의가 있지만, 2단계 입법이 어떤식으로 진행되느냐가 앞으로 중요하지 않을까. 업계 발전에 있어 명확한 규제를 만들어 불투명한 부분을 해소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양자컴퓨터가 고도화되면 블록체인의 암호가 해독돼 가상자산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 시장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양자컴퓨팅의 경우 해킹 이슈가 있지만 이에 대한 기술적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JP모건 같은 경우 양자컴퓨팅 저항 기술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개발된 기술이 코인과 통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방지책이나 관련 투자들이 시작되고 있어 (양자컴퓨터와 저항 기술이) 양쪽으로 병행해 진행되지 않을까.”
https://www.khan.co.kr/economy/finance/article/202405230600105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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