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대통령이 의회 해산 가능한 프랑스, 다가올 후폭풍은?

김효선 기자 2024. 6. 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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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헌법 제12조에 대통령 권한으로 명시
역대 대통령이 의회 해산한 사례는 총 5번

유럽연합(EU)의 3억7000만명 유권자가 투표하는 유럽 의회 선거에서 소속당이 참패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 해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의회 해산은 말 그대로 국회의원 전체에 대해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의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의 투표로 뽑은 의회를 대통령이 어떻게 해산할 수 있는 것일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TV 연설에서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AFP

프랑스 헌법 제12조 규정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의회 해산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의회와 정부 간의 갈등으로 정책 추진이 불가할 때, 대통령이 특정한 정치적 변화나 개혁을 밀어붙이고 싶을 때 의회 해산을 할 수 있다. 물론 시도 때도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전 입법 선거와 해산 사이에 기간이 최소 1년은 돼야 한다. 프랑스는 정부 수반의 권한이 대통령과 총리에 분산된 이원집정부제 형태인데, 의회 해산권은 이중 대통령에게 있다. 독일의 경우 총리가 의회 해산을 요청하기에 앞서 먼저 연방의회에서 불신임 투표를 거쳐야 하고, 입헌군주제 국가인 영국에서는 의회를 해산하기 위해 총리가 국왕에게 요청해야 한다.

헌법에 ‘대통령 권한’이라고 명시돼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에서 대통령이 의회 해산 카드를 꺼내 드는 일은 드물다. 프랑스 역사상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한 사례는 5번이었다. 지난 1962년 프랑스 의회가 내각 불신임 결의를 통해 헌법을 무시하고 개헌안을 제출한 조르주 퐁피두 총리를 해임하자, 샤를 드 골 당시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퐁피두 총리를 재임명했다. 이후 1968년 드 골은 또 한 번 의회를 해산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도 초선과 재선이던 1981년과 1988년 의회를 해산한 바 있으며 마지막으로 1997년 자크 시라크가 대통령 당선 2년 만에 의회를 해산했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해산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10일(현지 시각) 유럽 의회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RN)이 31.5%의 득표율을 얻으며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르네상스당(14.5%)을 압도적인 격차로 이겼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럽 의회 선거 역사상 프랑스 단일 정당이 3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르펜은 마크롱 대통령과 두 차례 대선에서 맞붙은 마크롱의 정치 경쟁자다. 의회 해산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 세력의 확산세를 저지하고, 절반도 넘게 남은 임기 내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회를 재구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이달 30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 원래 예정된 총선은 3년 뒤인 2027년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상 연설을 통해 “프랑스 헌법 제12조에 따라 국민 여러분에게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주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당수가 10일(현지 시각) 취재진에 둘러싸여 파리 시내 RN 당사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다만,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에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예상을 뒤엎고 총선에서도 극우 세력이 승기를 잡는다면, 그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굴욕적인 패배에 맞서 모든 것을 건 도박을 감행했다”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조기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대통령의 지위를 위협받지는 않겠지만, 르펜의 상승세를 저지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많은 제약을 감수해야 하는 궁색한 형편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야당 출신 총리로 이뤄진 ‘동거 정부’ 탄생 가능성도 적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역대 세 번 동거 정부 시절이 있었다. 1986년과 1993년 사회당 출신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아래서 두 차례 ‘동거 정부’가 구성된 바 있다. 이후 1997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렀을 때도 과반 의석을 잃고 정적인 사회당 대표를 총리로 받아들이며 동거 정부를 구성해야 했다.

중동의 CNN으로 불리는 알자지라는 “만약 조기 총선에서도 마크롱 정당이 패배한다면, 그는 야당(아마도 RN)에서 새 총리를 임명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 면에서는 주도적 역할을 유지하겠지만, 국내 정책을 수립할 권한은 잃게 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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