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 제정신입니까"…판사 저격한 의협 회장 편드는 의사들, 왜?
"환자 치료한 의사한테 결과가 나쁘다고 금고 10개월에 집유(집행유예) 2년이요? XXXX 판사 'XX'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
지난 주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이런 글과 함께 60대 의사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공개 저격'했다. 판사의 얼굴 사진까지 공개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데 대해 "의사 맞나", "(회장으로서) 격 떨어진다"며 대중의 비판이 쇄도했다. 법원마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SNS를 통해 멕페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적었다. 그에 따르면 구역질이나 구토가 심하면 알약을 먹을 수 없어 주사를 맞아야 한다. 멕페란은 소화기관이 아닌 뇌의 구토 중추에 관여해 증상을 억제하는 주사제다. 보험이 적용돼 가격이 400원 정도로 저렴해 항구토제로 가장 널리 쓰인다. 다만, 뇌에 작용하는 만큼 중추신경계에 문제를 일으켜 어지럽거나, 이번 판결처럼 파킨슨 환자의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모두 예측하기는 어렵고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하는 부작용도 드물다는 게 의사들의 얘기다. 파킨슨병 전문가 단체인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맥페란 주사제는 임상에서 수많은 환자들의 구역, 구토 증상 조절을 위해 흔히 사용된다"며 "반감기(약물 농도·양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시간)도 5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고,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파킨슨병 증상 악화 확률이 현저히 낮으며 설사 악화시키더라도 가역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약제"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은 모든 약물에 부작용이 있지만 사전에 모두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응급실·진료실에서 제한된 시간에 환자 병력을 일일이 파악하고, 약물 부작용을 모두 설명해 투약을 결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도 했다. 학회는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 이득과 위험을 고려해 약물의 투여를 결정한다"며 "환자의 개인 의료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 진료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도 환자의 모든 병력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 정보 접근 제한과 함께 고령의 뇌 질환자의 경우 의사소통의 한계가 따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맥페란을 제외하면 구토 환자에 쓸 수 있는 약이 거의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 구토에 쓸 수 있는 허가받은 약은 맥페란 단 하나"라며 "온단세트론(약 성분명)도 구토에 효과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항암치료 중이 아닌 구토 환자에게 쓰면 그 의사는 과잉 진료를 하는 나쁜 놈이 된다"고 의사를 두둔했다.
이 의원은 "약을 썼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상해죄로 형사 처벌받고, 약을 쓰지 않으면 소극적 치료로 치료 시기를 놓쳤다며 또 책임을 묻는다"며 "전 세계가 인정할지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인정 못하겠다는 약을 쓰면 과잉 진료라는 비난에 진료비 삭감, 약값의 5배수 환수가 날아온다. 환자들은 과잉 진료하는 의사에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적정 진료도 심평원 고시에 맞춰 못쓰게 하는 정부로부터 피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정부에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를 중심으로 의정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법원 결정이 의사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사 커뮤니티에는 이번 맥페란 판결을 '제2의 이대목동병원 사태'라고 부르거나, 정부에 대한 반감과 의료 현실에 대한 자괴감 등을 이유로 오는 18일 의협 주도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의견도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이날 또다시 SNS에 "앞으로 병·의원에 오는 모든 구토 환자에 어떤 약도 쓰지 마세요. 당신이 교도소에 갈 만큼 위험을 무릅쓸 중요한 환자는 없습니다"며 "매우 드물게 부작용 있는 멕페란, 온단세트론등 모든 항구토제를 절대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격한 발언을 이어갔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는 "기저질환이 많은 노인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불안감에 의해 위축된 심정으로 환자를 대하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심히 우려된다"며 "점차 노인 인구와 파킨슨병을 비롯한 다양한 퇴행성 신경계 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주영 의원은 "(정부는) 필수 의료에 헌신하면서 형사처벌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의사 입장을 배려하겠다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을 마련했고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21대 국회에서도 똑같이 나왔던 얘기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을 알고도 정부의 반복되는 공수표를 믿는다면 국민들이 오히려 그 의사의 판단력을 의심해야 한다. 정부는 이거 해주겠다 저거 해주겠다며 (의사의) 손발을 사슬로 다 묶어놓고 적선하지 말고 필수의료 패키지를 즉각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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