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배신과 배임 사이 [유레카]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 국면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민 대표는 지난달 31일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임될 위기를 넘기고 유임했다. 민 대표가 하이브의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전날 인용됐기 때문이다.

법원의 결정을 두고 두가지 용어가 부각됐다. ‘배신’과 ‘배임’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배신은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림’을, 배임은 ‘주어진 임무를 저버림’을 뜻한다. 배임에는 ‘주로 공무원 또는 회사원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국가나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주는 경우를 이른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배임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건 하이브와 민 대표가 맺은 주주 간 계약 때문이다. 이를 보면, 민 대표가 상법상 이사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2026년까지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이브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의·중과실로 어도어에 10억원 이상 손해를 입히거나 배임, 횡령, 기타 위법 행위를 한 경우 등이 아니면 사임 요구를 할 수도 없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 주식을 매도하도록 함으로써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자신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민 대표가 구체적인 실행 행위를 했다는 점은 소명되지 않는다. 민 대표의 행위는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있을지언정 어도어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직무에 관한 부정행위’ 또는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이브를 배신했을 순 있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은 아니라는 얘기다.

민 대표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배신은 신의가 깨졌다는 것이고, 신의는 쌍방으로 깨지는 것이다. 배신감은 제가 먼저 느꼈다. 하이브가 먼저 신의를 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신은 의리 집단에서 활용되는 단어이지, 경영인은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 모두 이제는 감정을 추스르고 냉철히 판단할 때다. 배신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무엇이 하이브와 어도어, 뉴진스의 앞날에 도움이 될지를 따진다면 선택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