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인턴’ 상납한 김앤장, 김주현 민정수석 딸에게만 했을까
“법조계 유력 인사 자녀 미리 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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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의 딸(32)이 언론학부생 신분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으로 일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에 오른 유력 인사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김앤장의 ‘특혜성 인턴’ 채용 의혹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균용은 대법원장 ‘낙마’
김앤장의 고위직 자녀 특혜성 인턴 제공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23년 8월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제17대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아들이 2009년 7월 한 달 동안 김앤장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부장판사의 아들은 당시 스무 살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제학과 학부생이었고 이 부장판사는 광주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당시 이 부장판사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2023년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대법원장 후보자로서는 35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불명예를 떠안았다.
3년 뒤인 2012년 7월 한 달 동안 김앤장에서 인턴으로 일한 김 수석의 딸도 이 부장판사의 아들과 비슷한 경우다. 딸 김아무개씨 역시 당시 스무 살로 고려대 미디어학과 학부생 신분이었고, 김 수석은 대전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할 때였다. 이 때문에 김앤장이 법조계 유력 인사 자녀들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학부생들에게 공고 절차에 없는 ‘특혜성 인턴’ 채용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고위 공직자이자 법조인인 아빠가 없었다면 자녀가 김앤장의 비공개 인턴 존재를 알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균용 부장판사의 자녀와 마찬가지로, 김주현 민정수석의 자녀도 흔히 말하는 ‘아빠 찬스’라는 특혜를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며 “김앤장 인턴 경력은 자녀들의 추후 이력에도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아빠 찬스’로 알음알음 비공개로 인턴을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 딸 고2 때 ‘율촌 인턴’
윤석열 정부의 법조계 출신 고위직 인사들의 로펌 인턴 경력 ‘아빠 찬스’는 비단 김앤장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딸도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9년 법무법인 율촌의 인턴으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당시 이 장관도 율촌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이 장관은 관련 문제가 제기된 2022년 4월 딸의 인턴 활동에 대해 ‘학교 밖 체험 프로그램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제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임명된 오동운 처장의 딸 역시 스무 살 때인 2020년 8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채용공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무법인 아인·삼우·율성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하며 총 3700여만원의 급여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자녀가 대학생이 된 이후 미리 사회 경험을 쌓고 생활력과 독립성을 키우기 위하여 학업 및 생활에 필요한 부수입 등을 올리고자 후보자(오 처장)의 소개로 몇몇 법무법인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김 수석의 딸 김씨의 경우 김앤장 인턴 경력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이나 김앤장 입사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씨는 김앤장 인턴으로 일한 뒤 성균관대 로스쿨에 입학했고, 재판연구원을 거쳐 2023년부터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로스쿨 출신 조아무개 변호사는 “학부생 인턴십은 공고도 제대로 올라오는 게 아니다보니 극소수에게만 혜택이 가는 구조”라며 “이런 식으로 법조계 고위직 자녀들을 미리 포섭할 수 있으니 로펌에서도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대학생들에겐 작은 경력도 소중한 기회인데, 대형 로펌 인턴 자리는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핵심 요직 거친 ‘정치 검찰’
김 수석이 이렇게 김앤장으로부터 ‘특별 관리’를 받은 건 김 수석이 검찰 내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9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검찰청 특수수사지원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거쳤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서 ‘한명숙 1차 사건’으로 불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달러 뇌물 수수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2011년 8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했고, 2012년 7월 법무부 핵심 요직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4월엔 역시 법무부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을 역임했다.
김 수석에게는 늘 ‘정치 검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3년 국가정보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에 각종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역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일하던 2014년 11월에도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권에까지 세월호 참사 책임론이 번질 것을 우려해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하지 말라’고 대검찰청과 일선 수사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이때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에게 이 메시지를 전한 것이 바로 김 수석이었다. 하지만 2021년 1월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소환 조사도 하지 않고 김 수석을 무혐의 처분했다.
김 수석, 도덕적 타격 불가피
김 수석은 2015년 2월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가, 같은 해 12월 검찰 내 2인자인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임명됐다. 이후 2017년 변호사 개업을 했고, 2021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 2024년 5월7일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을 번복한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윤석열 정부 초대 민정수석에 임명됐다. 이후 엿새 만인 5월13일 검찰 인사가 단행되면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과 1∼4차장이 모두 교체됐고, 이원석 검찰총장의 ‘손과 발’인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부분 교체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김 수석을 통해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수석의 딸 김씨가 김앤장에서 ‘특혜성 인턴’으로 일했고, 김 수석과 김씨가 함께 김앤장에서 근무한 이력까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수석에게 도덕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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