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고도 바람 타는 北 오물 풍선…“방향 조종 못하나 폭발 지점은 지정 가능”

이병철 기자 2024. 6. 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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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m 크기 北 오물풍선, 방향 조절 못해
대형 풍선은 고도 조절로 방향 전환
GPS 장착하면 원하는 곳서 터뜨릴 수도
지난 2일 오전 10시 22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풍선은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에 떨어져 앞유리창이 박살 났다. 다행히 당시 승용차에는 아무도 탑승해있지 않아 다친 사람은 없었다./뉴스1

북한이 지난 주말 사이 두 차례 오물 풍선을 보내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과 지난 1일에 이어 8~9일 이틀 연속 오물풍선이 수도권 일대와 강원도·충남·경북·경남에 떨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오물 풍선은 310여개이다.

오물 풍선에는 담배꽁초와 퇴비, 천 조각 같은 쓰레기가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북한이 오물 풍선에 쓰레기 대신 생화학 무기를 담아 원하는 곳을 타격한다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바람을 이용해 움직이는 소형 풍선의 특성상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곳저곳 날아다니다가 원하는 곳에 가면 폭발시킬 수는 있다고 알려졌다.

이관중 서울대 우주항공공학과 교수는 “풍선의 정의 자체가 이동 방향을 조절하는 추진 장치가 없는 물체를 말하는 것”이라며 “풍선을 띄울 때는 미리 풍향을 조사하고 원하는 경로로 이동이 가능한 시기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도 “과거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과학 관측용 풍선을 띄울 때도 1달 이상 원하는 조건의 바람을 기다려야 했다”며 “바람을 감지하는 센서를 고도 별로 띄워 놓고 특정한 조건이 될 때만 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높은 고도로 비행하는 기상·과학관측용 대형 풍선은 이동 경로를 바꿀 수 있다. 이관중 교수는 “풍선의 조종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고도에서 운영하는 풍선은 다른 바람을 갈아타면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이 2020년 풍선으로 인터넷 중계를 시도했던 ‘룬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이다. 비교적 바람이 약한 고도 20㎞의 성층권에 풍선을 띄워 오지까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이었다.

성층권에는 아래위에 흐르는 바람이 반대 방향이다. 구글은 기구의 부력을 조절해 원하는 방향의 바람을 타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테면 버스를 갈아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것과 같다. 기구는 이중(二重) 구조이다. 안쪽 기구를 팽창시키면 바깥쪽 기구의 헬륨이 압박되고 이로 인해 부력이 줄어든다. 자연 기구는 하강한다. 반대로 하면 상승한다.

반면 북한의 오물 풍선은 지름이 2~3m 수준인 소형 풍선에 속해 고도 조절 장치를 붙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북한의 오물 풍선 같은 소형 풍선은 일반적으로 특정 고도에만 머물며 바람을 이용한다. 실제로 북한은 1, 2차 오물풍선 당시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람이 부는 북풍을 노려 풍선을 띄웠다.

전문가들은 오물 풍선이 약 3㎞ 고도에서 남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고도에서는 바람의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풍선을 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바람은 고도에 따라 부는 패턴에 차이가 있다”며 “3㎞ 이하 저고도에서는 바람이 지형의 영향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도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이 수도권을 목표로 오물 풍선을 보냈다고 보고 있으나 지난 9일 4차 투하 당시 풍선을 띄웠을 때 서풍이 불어 대부분 수도권에 닿지 못했다. 당시 북한은 330여개의 풍선을 보냈으나 66%에 달하는 250여개는 바다나 산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까지 살포된 북한의 오물 풍선은 서풍 계열의 바람의 영향으로 주로 경기 북부와 서울, 강원 북부에서 관측됐다”며 “지난 두 차례 살포와 달리 충청도와 경상도 이남 지역에서 발견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풍선이 정밀 타격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저렴하면서도 신속하게 생화학 공격이 가능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원하는 곳으로 보내지 못하는 풍선의 단점을 보완해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아 특정 지점에서 터지게 하는 방식으로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동 속도도 예상보다 빠르다. 이관중 교수는 “강원도에서 울릉도까지 풍선을 띄우면 배보다 빠르게 도착할 정도로 풍선의 이동 속도는 빠르다”며 “한반도는 면적이 크지 않아 북한에서 풍선을 띄우면 남한에 닿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풍선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과학 연구에 풍선을 사용하는 이유도 관측 장비의 회수가 쉽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북한이 사용한 풍선은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고무 재질 제품으로 보인다”며 “풍선을 사용한 이유는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도 빠르게 테러를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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