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 어쩌나" 우리은행, 100억 횡령… '700억 횡령' 환수 11% 그쳐

이남의 기자 2024. 6. 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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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지난 10일 경상남도 김해 지점에서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이 횡령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우리은행 본점 건물./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에서 100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거액의 횡령금은 투자로 날려 환수가 미미한 실정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후 윤리경영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우리은행의 고객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경상남도 김해 지점에서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이 횡령된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 직원 A씨는 올 초부터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빼돌린 후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투자 손실 금액은 60억원가량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10일 경찰에 자수했고 우리은행은 상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횡령금을 회수하기 위해 특별검사팀을 해당 지점에 급파했다. 감사와 함께 구상권 청구, 내부통제 절차 점검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은행 횡령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4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은 712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실패'에 대해 금감원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의 반복된 금융사고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으나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재발 방지책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700억원 횡령, 추징금액 80억원에 그쳐… 책무구조도 본보기 되나


관심은 우리은행이 100억원의 횡령 금액 중에서 얼마나 환수할 수 있을지 여부다. 범죄수익을 추징하려면 피고인이 가진 재산을 확인해야 한다. A씨처럼 횡령자금 상당 부분을 투자로 손해봤을 경우 환수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부패재산몰수법은 피해자(우리은행)가 범죄 피해재산에 관해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 몰수·추징할 수 있다. 지난 700억원 횡령 사고에서 우리은행은 수사기관에 몰수보전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전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332억여원을 부과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동생에게도 징역 12년과 추징금 332억여원 부과가 확정됐다.

형제가 횡령한 돈을 은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개인투자자 서모 씨에게는 추징금 약 14억원, 횡령한 돈을 받은 전 씨 가족과 지인 등에게는 약 46억원이 확정됐다. 전 씨 형제가 내야 할 추징금 중 약 50억원은 공동부담이라 추징 총액은 약 674억원이다.

다만 횡령 금액이 사라졌거나 은닉한 경우 추징이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우리은행의 700억원 횡령 사고와 관련 추징·보전한 금액은 약 80억원, 11%에 그친다. 지난해 3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BNK경남은행도 약 187억원의 범죄피해자산을 확보했다. 추징금은 피고인들이 고의로 연체해도 노역 의무가 없기 때문에 연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범죄 행위로 형성한 재산, 일반 재산은 추징을 집행할 수 있으나 재산이 확인되지 않으면 집행이 어렵다"며 "피해자(우리은행)가 추징금 환부를 신청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7월 '금융판 중대재해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를 본격 시행한다. 지난해 말 국회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이날 국무회의에 의결됐다.

책무구조도는 각 금융회사가 임원 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다. 최고경영자(CEO)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우리은행에서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2년 만에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책무구조도 시행의 첫 제재 사례로 지목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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