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쏟아부었지만···손님 없고 텅텅 빈 ‘위기의 청년몰’[현장에서]
“여기가 진짜 청년몰 맞나요. 거의 다 문을 닫았는데요?”
지난 5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남부시장 2층. 빈 점포들을 둘러보던 관광객 한 명이 잠시 머뭇거리다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이날 점포 30여 곳이 들어선 청년몰에서 문을 연 곳은 두 곳 뿐이었다.
전통시장에 청년 창업공간을 만들어 시장과 청년을 함께 살리겠다고 만든 청년몰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통시장에는 젊은이의 활기를, 청년들에는 지원을 통한 자립을 꿈꾼 프로젝트였지만 성급한 사업 추진 탓에 어느 것 하나 얻지 못한 채 급격히 쇠퇴 중이다.
청년몰은 2011년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전주 남부시장과 신중앙시장 청년몰이 큰 관심을 받으면서 2016년부터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유행처럼 청년몰을 유치했고, 지원금에 솔깃했던 청년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유행은 짧았다. 우후죽순 들어섰던만큼 특색있는 아이템은 드물었고, 전통시장의 노후화와 함께 신상 인테리어도 빠르게 색을 잃었다.
전북도에 따르면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은 점포 32곳 중 17곳이 운영 중이지만 사업장을 유지하는 곳들도 실제로 문을 여는 경우는 드물다. 2015년 신중앙시장에 조성돼 한 때 10개 점포가 성업했던 청년몰 ‘청춘 밀당’도 3년 만에 폐업했다. 2022년 문을 연 익산 중앙시장 청년몰 ‘상상노리터’는 조성 1년도 안 돼 점포 4곳이 폐업했다.
전북 지역의 경우 도내 6개 시·군 전통시장에 청년몰을 유치하면서 138억800만원을 투입했는데, 총 109개의 점포 가운데 35곳이 휴업하거나 폐업해 실제 운영되고 있는 점포는 72곳이다. 전체 점포 3곳 가운데 1곳 꼴로 문을 닫은 것인데, 그마저도 사업장만 유지하고 문을 열지 않는 상점들이 적지 않다.
청년몰 사업이 조기에 쇠락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창업 분야가 편중되고 특색 없는 점이 꼽힌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소자본 창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몰이 입점한 전통시장의 주요 고객층인 중장년층과 성격이 맞지 않고,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에는 콘텐츠가 부족하고 유동인구 부족, 외식업 공급과잉 등의 지적이 애초부터 나왔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청년몰을 되살릴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청년몰을 유치한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재진단에 나섰지만 사업의 성격부터 규모, 지원방식까지 처음부터 재설계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김수은 전북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역 소비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특화전략이 없는 비전문 청년몰이 난립하면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지역청년 주도 운영체계를 마련해 사전에 창업보육 훈련을 강화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청년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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