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긴장 한껏 끌어올리던 정부, 대통령 해외 나가니 상황관리 '올인'?

9일 군사분계선 침범한 북한군에 합참 '단순 침범'강조…"국민 불안하지 않으시도록"

남한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응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고 이에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며 전군 휴일 정상 근무를 지시했던 9일 10명 이상의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단순 침범했다가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이성준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6월 9일 12시 30분경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작업을 하던 북한군 일부가 군사분계선을 단순 침범하여 우리 군의 경고 방송 및 경고 사격 이후 북상했다"며 "경고 사격 후 북한군이 즉각 북상한 것 외에는 현재까지 특이 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이성준 실장은 "당시 DMZ는 수풀이 우거져 있고 MDL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라며 "길도 없는 상태이고 수풀을 헤치고 움직이는 상태였다"며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MDL을 침범한 것이 아닌 길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실장은 "MDL에 근접하기 전부터 저희가 관측을 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경고 방송 및 경고 사격을 한 이후에 즉시 북상한 것으로 보아서 그러한 (MDL을) 침범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참은 10명 이상의 북한군이 작업도구 등을 들고 작업 중 약 50m 이내로 MDL을 넘어왔다고 전했다. 해당 북한군이 무장을 한 상태였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작업도구를 들고 이동하던 인원이 다수였다. 일부는 그런 것(무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군의 DMZ 인근 작업이 하루 이틀이 아닐텐데 하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던 9일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단순 침범으로 보기 어렵지 않냐는 지적에 이 실장은 "공개해 드린 것 이외에도 다른 정보들이 있다"며 "국민들께서 불안하지 않으시도록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하는 것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어떤 작업을 했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구체적으로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며 "작업을 하러 가기 위한 이동 단계에서 단순 침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북한도 대남 확성기를 설치한 가운데 북한이 이를 가동했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현재까지 대남 방송은 아직 청취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9일 2시간 정도 방송을 내보낸 이후 지금까지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 9일 밤 북한이 또 다시 오물 풍선을 다시 날려보냈음에도 확성기 방송은 실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10일 이 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략적·작전적 상황을 고려해서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한다"며 "장비의 휴무·휴동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시간대에 작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일인 9일 전군 정상 근무까지 하며 긴박한 모습을 연출했던 국방부가 10일부터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시점에 맞춰 긴장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필요성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해서도 이틀이나 지난 시점에 이를 공개하고 '단순 침범'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역시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