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으로 철거한 디즈니 놀이기구, ‘흑인공주’ 테마로 다시 운행
인종차별 논란으로 운행을 중단했던 미국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가 ‘흑인공주’ 테마로 새 단장을 마치고 이달 말 다시 운행을 시작한다.
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해 개보수 작업으로 운영을 멈췄던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놀이기구 ‘스플래시 마운틴’이 일부 직원 등을 상대로 시범 운영 중이다.
스플래시 마운틴은 통나무 모양의 배를 타고 물길을 가르다 급경사를 내려가는 놀이기구로, 1992년 디즈니월드에 설치된 이후 30년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인종차별적 요소가 포함된 애니메이션 영화 <남부의 노래>를 테마로 만들어졌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됐다. 1946년 개봉한 이 영화는 남북전쟁 이후 조지아주 농장을 배경으로 백인과 흑인의 우정을 그렸는데, 흑인을 인종차별적으로 묘사하고 당시 노예들의 농장 생활을 미화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영화를 향한 비판은 더욱 커졌다.
이같은 지적을 수용한 디즈니는 스플래시 마운틴을 철거하고 흑인 공주가 나오는 <공주와 개구리>로 테마를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공주와 개구리>는 디즈니 역사상 최초로 흑인 공주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지난해 1월부터는 기구 운영을 중단하고 개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공사를 마친 이 놀이기구는 오는 28일부터 ‘티아나의 늪지대 모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운행된다. 통나무를 타고 움직이는 기구 운행 방식은 비슷하지만, 기구의 장식이나 스토리 등이 달라졌다.
달라진 놀이기구를 향한 시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직원 초대로 미리 기구를 체험해 본 흑인 관람객은 “나와 닮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디즈니 명소를 마침내 경험하게 됐다”며 “보기만 해도 좋았다”고 CNN에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또 한 번 ‘문화전쟁’이 들끓는 분위기다. 국제 청원사이트 ‘체인지’에 올라온 한 게시물은 “놀이기구를 수정한다고 해서 역사가 바뀌지는 않는다. 쉽게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이들을 위해 추억의 놀이기구를 바꾸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디즈니는 오래된 작품의 차별적 요소를 바로잡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앞서 2017년에는 디즈니랜드 ‘캐리비안의 해적’ 놀이기구에서 해적의 아내로 팔려 가는 여성들을 권총을 든 여성 해적으로 교체했다 원작을 훼손했다는 반발을 샀다. 2019년에는 인어공주 역으로 흑인 배우를 캐스팅해 일부 팬들이 ‘#낫마이애리얼(NotMyAriel·나의 애리얼이 아니다)’이라는 해시태그를 퍼뜨리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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