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된 호랑이와 염소…‘특별한 우정’에 끌리는 3가지 이유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Q.국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서로 다른 종의 동물들이 친구가 되어 아름다운 우정을 나눈다는 이야기의 콘텐츠는 늘 큰 인기를 누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4월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는 까치와 개가 한 가정에서 지내다가 당국이 야생동물인 까치를 몰수하자, 다시 둘을 만나게 해달라는 팬들의 청원이 빗발쳐 결국 까치가 가정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밖에도 비슷한 사례는 늘 큰 관심을 받고는 하던데요, 도대체 인간은 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요?
A. 인터넷에는 다른 종의 동물들이 함께 어울리며 우정을 나눈다는 식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최근에는 예로 드신 까치 ‘몰리’와 개 ‘페기’가 화제가 됐죠. 몰리는 어린 시절 둥지에서 떨어진 뒤 한 부부에게 구조됐는데요, 이후 부부의 반려견인 스태퍼드셔 테리어종 개 페기와 잘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전해졌습니다. 덩치가 커다란 개와 까치가 함께 장난을 치거나 꼭 붙어서 낮잠을 자는 모습은 낯설지만 사랑스러웠고, 부부가 이들의 모습을 공개한 인스타그램 계정은 팔로워가 95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페기와 몰리뿐만이 아닙니다. 2016년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곰, 사자, 호랑이가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처럼 친구로 지내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됐었죠. 곰 ‘발루’, 사자 ‘레오’ 그리고 호랑이 ‘시어 칸’은 2001년 새끼 시절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 마약상으로부터 압수돼 조지아주 헨리 카운티의 ‘노아의 방주 생크추어리’(Noah's Ark Animal Sanctuary)로 오게 됐어요.
당시 구조 배경을 보도한 외신 보도를 보면, 발견 당시 불과 몇 개월령에 불과했던 이들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고 군데군데 상처도 입은 채 발견됐습니다. 특히 상처가 심했던 발루는 치료를 위해 다른 두 동물과 잠시 떨어져야 했는데요, 이때 레오와 시어 칸은 극심한 불안 증상을 보였습니다. 생크추어리 관리자들이 이 모습을 보고 다시 세 마리를 한 사육장에서 만나게 하자 안정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들의 이런 유대와 우정은 다 자라서까지 유지됐습니다. 이 ‘삼 형제’는 이후 곰, 사자, 호랑이라는 영어 단어의 앞 글자를 따 ‘BLT’라고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죠.
사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더 이상 놀랍지 않습니다. 잃어버린 개를 찾으려고 드론을 띄웠더니 곰들과 들판을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이 포착됐다던가, 터키의 야생 여우가 길고양이와 ‘절친’이 되었다는 이야기, 동물원의 아무르호랑이에게 먹이로 염소를 넣어줬더니 친구가 되었다는 일화는 꽤 유명합니다.
우리는 이미 영장류, 돌고래, 새, 말, 캥거루, 개와 고양이 등이 무리 내에서 동료들과 깊은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을 여러 연구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아직 다른 종과의 유대에 대해서는 연구된 것이 많이 없긴 하지만, 이미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인간동물도 우리가 개나 고양이와 우정을 나누는 것처럼 서로를 돌보며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미국의 저명한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 콜로라도대 명예교수 또한 저서 ‘동물의 감정’(2008년)에서 동물도 감정이 있고 동종뿐 아니라 다른 종과도 유대를 맺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동물들 간의 우정에 우리는 왜 이렇게 끌리는 걸까요. 최근 호주의 한 심리학자가 이러한 질문에 세 가지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셰인 로저스 호주 에디스코완대 강사(사회심리학)는 지난 6일(현지시각) 전문가 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우리가 동물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바로 우리 내면의 본성을 일깨우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첫째 동물들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귀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종과 어울려 살려고 노력하는 우리와 비슷하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미 10여 년 전 캐나다 연구진의 논문을 통해 자연과 더 많이 연결된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 활력, 더 높은 삶의 만족도를 경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다른 종과의 동질감이 자연과의 일체감에 도움을 주고, 우리의 긍정적 면모를 부각하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인간은 다른 개체와 협동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동물 간의 우정이 우리에게 ‘평화와 조화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인간의 협동 기술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발달한다고 봅니다. 2살 유아는 공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대의 행동을 돕거나 보완할 수 있고, 3살이면 나에게 특별한 이득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일부 행동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협동 본능이 경쟁 본능보다 더 강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미국 듀크대 진화심리학자 브라이언 헤어 교수 또한 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2021년)에서 “협력은 우리 종의 핵심 (능력)”이라고 적은 바 있죠.
우리가 동물의 우정에 끌리는 세 번째 이유는, 현실에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로저스 강사는 “인간의 뇌는 정보를 분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율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흔치 않은 상황을 맞닥뜨리면 자극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고양이는 새를 잡아먹으니까 서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데 그 둘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뇌가 자연계의 작동 방식에 의문을 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인간의 뇌는 더 많은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내는데 이것이 ‘쾌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추측입니다.
그러나 동물의 우정이 감동적이라고 해서 인위적으로 야생동물을 기르려고 하거나 새끼 동물을 어미로부터 ‘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당부입니다. 김봉균 충남야생구조센터 재활관리사는 “야생동물이 다른 종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어린 새끼일 때 잠시뿐”이라면서 “어미를 잃거나 다쳐서 구조된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익숙해지면 자연에서 제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귀여워도 야생동물은 자연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인용 자료
The Conversation, Why do we love to see unlikely animal friendships? A psychology expert explains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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