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보다 잘 나간다…"속이 뻥" 요즘 MZ들 푹 빠진 영상
'연애남매', '환승연애' 등 출연자 심리 분석 영상도 인기
"최근 유튜브에서 리액션(콘텐츠 시청 후 반응) 영상으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선업튀)를 알게 돼 마지막화까지 정주행(몰아보기)했어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프로그램을 혼자 보면 심심한데 리액션 영상은 친구와 같이 보는 기분이 들어 좋아요."
OTT 마니아임을 자부하는 회사원 문그린(27)씨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솔로지옥'을 계기로 리액션 영상을 알게 됐다"며 "몰입해 프로그램을 감상한 후 리액션 영상을 보면서 다시 한번 즐긴다"고 설명했다.
최근 OTT 프로그램 관련 리액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상에서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원작 공식 채널 영상 조회수보다 리액션 영상의 조회수를 뛰어넘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유튜버 환승연애 리액션 영상 조회수 160만 돌파…OTT 화제성 견인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리액션 영상 소재는 OTT 연애프로그램이다.
2019년 채널을 열어 25만여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연애프로그램 리액션 영상 유튜버 '찰스엔터'가 올린 '숏츠'(짧은 동영상) 중 최고 조회수는 160만회에 달한다. 연애프로그램 '환승연애3' 11화 리뷰가 담긴 16분가량의 영상의 조회수도 100만회에 육박한다.
찰스엔터의 리액션 영상은 방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화장하지 않은 얼굴과 편한 복장, 먹방(먹는 방송)이 더해져 시청자가 친구와 함께 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점이 특징이다. 영상 속 찰스엔터는 눈물을 쏟거나 고함을 치고 화내는 등 콘텐츠를 보고 본인이 느끼는 생생한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유튜버를 보며 공감과 친근감을 느끼는 모양새다. 한 영상은 2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시청자들은 '반응 보고 꽉 막힌 속이 뻥 뚫렸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올 도파민이 리액션 영상을 보며 더 많이 나왔다'는 등의 글로 호응했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 '라커룸'은 OTT 사이트 웨이브와 JTBC가 동시 방영 중인 '연애남매' 영상' 리액션 맛집으로 통한다. 2인조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의 구독자는 약 3만9000명이지만 연애남매 영상 리액션 숏츠의 경우 이날 기준 최고 조회수가 28만회를 달성했다. 구독자의 약 7배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연애남매 영상 리액션을 본 것.
여기에 연애프로그램 일반인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 분석 콘텐츠까지 덩달아 유행하며 리액션 영상의 영역이 넓어지는 흐름이다. 일례로 심리분석 유튜버 '마인드 밍글'의 구독자 수는 1만명이 조금 넘지만 연애남매 영상 출연자의 심리를 분석한 영상의 경우 최고 조회수가 53만회에 달한다. 연애남매뿐 아니라 '솔로지옥3' , '환승연애3'등 출연자의 심리를 분석한 다른 영상의 평균 조회수도 수십만회에 이른다. 유튜버 '심리대화, LBC' 역시 연애남매와 나는솔로 등 연애프로그램 출연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영상을 주 콘텐츠로 잡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편당 한 시간이 넘는 긴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조회수가 수만회에 이른다.
리액션 영상은 과거 K팝 뮤직비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유행했다. 그러나 과거에는 짜인 각본이나 음악 자체에 대한 평가 등이 콘텐츠의 주를 이뤘다면, 최근 인기를 끈 일반인 출연자 대상 연애프로그램 리액션 영상은 보다 가감 없는 솔직한 발언이나 반응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리액션 영상들은 원작 콘텐츠 공식 채널 영상보다 뜨거운 인기를 누린다. 일례로 JTBC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연애남매, 나는솔로 제작사인 촌장엔터테인먼트TV 공식 유튜브와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월등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액션뿐 아니라 출연자 심리 관련 콘텐츠의 폭발적인 인기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OTT 콘텐츠 성공의 새로운 공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연애 매의 시청률은 1%대에 불과하지만, 등장인물의 인기는 높다. K콘텐트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플랫폼 펀덱스에 따르면 프로그램 내 인기 등장인물은 재형과 지원은 5월 3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조사에서 각각 1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청자들은 재미뿐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리액션 영상을 본다. 연애남매와 환승연애 등 OTT에 올라온 영상의 러닝타임은 회당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이상이다. 유튜브에서 리액션 영상을 즐겨본다는 김도하 씨(27)는 "본편이 너무 길어 영상을 다 보는 게 부담스러워서 (프로그램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됐다"며 "유튜브에 올라오는 리액션 영상은 부담 없이 볼 수 있어 좋고 오히려 리액션 영상을 보다가 본편으로 넘어가 해당 회차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리액션 영상의 영향력을 감지하는 분위기다. 55만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은 OTT채널 티빙의 지원을 받아 최근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3'의 리뷰영상을 제작했다.
저작권법 위반 가능성 제기…"리액션 영상 제작자 각별한 주의 필요"
리액션 영상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저작권법 위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액션 영상의 특성상 원본 영상의 소리나 장면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올라온 리액션과 리뷰 영상의 대부분은 원본 동영상의 일부를 캡처해 영상에 담거나 원본 영상의 음성을 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저작권법 제28조에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리액션 영상의 경우 법에서 규정하는 보도·비평·교육·연구에 범위에 들어가기보다 영리적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이용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박애란 한국저작권위원회 변호사는 "현재 유튜브에 올라온 리액션 영상은 공표된 저작권 인용이라는 규정과 공정이용이라는 규정이 적용될 수 있을지 봐야 하는 데 이용 목적과, 이용 부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포함에서 본다"며 "유튜브의 경우 대부분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캡처본, 또는 소리만 추출한 경우에도 영상 자체가 여러가지가 결합한 저작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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