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알츠하이머병 신약 ‘도나네맙’, 허가 청신호… 美 증시 최고가 경신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와 경쟁 예상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도나네맙(donanemab)’이 미국 시장이 출시될 청신호가 켜졌다. 이 약은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했다.
업계에 따르면 도나네맙은 10일(현지 시각) 열린 미국 식품의약국(FDA) 말초·중추신경계의약품자문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 권고’를 받았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일라이 릴리가 제출한 자료에 대해 “환자들에게 약물 효과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FDA는 자문위 권고에 따라 품목허가 승인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도나네맙이 이르면 7~8월 중 품목허가 승인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릴리는 이번에 도나네맙 허가 재도전에서 성공했다. FDA는 지난해 1월 일라이 릴리가 제출한 임상시험 결과에서 12개월 차 이상 환자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도나네맙에 대한 가속 승인을 거절했다.
도나네맙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라이 릴리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날 자문위의 승인 권고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증시에서 일라이 릴리 주가는 장중 전일 대비 4.47% 이상 올라 역대 최고가인 892달러를 기록했다.
도나네맙이 FDA의 품목 허가를 받으면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아두카누맙(상품명 아두헬름)’,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에 이어 세계 3번째 아밀로이드 베타(Aβ) 표적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이 시장에 등장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 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오히려 신경 세포에 손상을 준다.
도나네맙은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를 동반하고,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가 확인된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대상이다. 이날 릴리가 발표한 임상 3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도나네맙은 위약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35%가량 늦춘 것으로 평가됐다. 일상생활 활동 수행 능력 저하는 40% 감소시켰다. 릴리는 이날 환자가 경미한 장애만 있을 때 약물을 시작하면 그 비율이 60%까지 증가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과 에자이·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 간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진행 지연 효과를 입증해 지난 2023년 1월 FDA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그해 7월 정식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아직 도나네맙과 레켐비 두 약물에 대한 직접 비교 연구가 아직 이뤄지지는 않아 두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 우위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레켐비는 2주 간격, 도나네맙은 4주 간격으로 투여해 편의성 면에선 도나네맙이 더 낫다는 평가도 있다.
경쟁 약물인 도나네맙 출시가 본격화한 만큼,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레켐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지난 5월 FDA에 레켐비의 피하주사(SC) 제형에 대한 신약 승인 신청(NDA)도 제출했다. SC 제형은 기존 정맥 주사(IV) 제형보다 투약 시간이 짧아,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바이오젠이 올해 초 밝힌 레켐비 처방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올해 1월까지 미국 환자 3800여명이 레켐비 치료를 받았다. 이 회사는 당초 올 3월까지 1만명 처방을 목표로 했는데 이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레켐비 연간 약값이 2만6500달러(약 3648만원)로 비싼 게 시장 확대 속도가 느린 요소로 평가된다. 업계에선 일라이 릴리가 레켐비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레켐비를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앞서 2021년 6월 FDA가 최초로 승인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도 갖고 있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는 초기 단계에서 작용하고, 아두헬름은 이보다 한 단계 뒤에 작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두헬름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회 투여 기준 가격이 4321달러(약 595만원)다. 4주에 한 번씩 1년 투여하면 5만6000달러(약 7715만원)가 드는 데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논란이 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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