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늘어도 씀씀이는.. “어딜 가서 지갑 열었을까?” ➁ ‘핫플’서 “쓸데만 써”.. 면세점 “위험하다”
개별 관광객 증가, 소비 패턴 등 변화 영향
지역 상권·핫플레이스 선호.. “중저가 선호”
총체적 씀씀이 위축은 ‘한계’.. 면세점 매출↓
희망퇴직·영업점 축소.. 비상경영 체제 돌입
#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국내외 여행객 급증세에 관광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업계 희비가 교차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수요에 실적이 좌우되는 면세업계엔 침체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호텔과 카지노업계는 외국인 등 지출 증가로 호조를 보이는 반면, 면세점은 외국인 발길이 줄고 소비 패턴까지 변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입니다.
개별 관광객은 중저가 제품을 선호하는데다, 쇼핑보다는 관광 목적이 강해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내·외국인 할 것없이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면세업계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➁ ‘핫플’서 “쓸데만 써”.. 면세점 “위험하다”
➀ ‘호텔’ 찾아 묵고, ‘카지노’ 가서 썼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와 활발한 유치 마케팅 분위기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씀씀이에서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1인당 소비 금액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로,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외국인 관광객 신용카드 사용액은 1인당 34만 8,000원으로 조사됐습니다. 1인당 103만 원 수준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 30%,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 ‘면세점’·‘명품’ 소비보다.. ‘지역’·‘중저가’ 상품 등 선호도↑
이같은 지출 감소세는 고스란히 업계 타격으로 이어졌습니다.
크게는 단체에서 개별·자유여행으로 바뀐 트렌드에 더해, 먹고 자는데는 썼지만 실제 명품을 사러 면세점을 찾기보다 ‘핫플레이스’ 등 지역 상권을 ‘찾아’ ‘돌아다니는’ 방식으로 소비가 이뤄지면서 전반적인 업계 소비 규모가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같은 지출금액 감소는 면세업계 매출에서 뚜렷하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신라면세점만 해도 1분기 영업이익이 5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 줄었고 롯데면세점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28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신세계면세점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7.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입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고객 객단가는 평균 220만 원에서 125만 원으로 감소해, 사실상 반토막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구매 객단가 하락.. 입점객 늘어도 소비 ‘찔끔’
제주만 따로 두고 봐도 구매고객들의 객단가(고객 1인당 구매액) 하락은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제주도내 롯데와 신라 두 군데 시내면세점의 외국인 입점객·매출 추이를 보면 지난해 12월 5만 5,000여 명·605억 원이던 게 올들어 지난 1월 6만 6,000여 명·617억 원으로 증가나 싶더니 지난 2월 입점객은 비슷한 수준(6만 6,244명)인데도 매출이 351억 원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다시 3월 들어 입점객이 8만 명대(8만 377명)로 올라서고 매출이 498억 원까지 늘었지만 이것도 잠시, 4월 입점객이 8만 6,155명으로 5,000명 이상 늘었지만 매출 387억여 원으로 111억 원이나 급감했습니다.
면세점 입점객이 늘었지만, 종전 유커 단체의 ‘싹쓸이’ 쇼핑은 오간데 없이, 개별·자유 여행객들의 ‘찔끔’ 구매에 그치면서 실적 악화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경기 침체와 고환율로 국내 면세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중국 단체(유커)가 줄고, 개별관광객(싼커)이 늘어난 추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종전 국내 면세점에서 고가품을 구매하며 ‘큰손’으로 떠올랐던 유커 대신, 중저가 제품을 찾고 그마저도 쇼핑 목적이 아닌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이들이 ‘싼커’가 대중을 이루면서 객단가가 더 낮아지는 추세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류 등에 힘입어 동남아 단체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지만 이 역시 객단가가 낮아 매출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실적 개선 어려워.. 일부 면세점 ‘비상경영’ 선언까지
이 때문에 입점객 증가세도 불구하고, 면세점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일부 업계에선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전면적인 체질 개선까지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롯데면세점의 경우엔 최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기로 하고 다각도체질 개선과 사업 전략 재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으로, 1분기 영업손실을 포함해 누적 적자 규모만 53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희망퇴직과 부진한 영업점 축소, 조직 슬림화와 재편 등이 거론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온 것은 없습니다.
다만 올들어 실적이 부진한 전국 영업점 등에 대한 실적 점검이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었던 만큼, 이 기회에 어느 정도 부진한 사업장 정리를 비롯해 재편 방향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부적으로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 상황입니다.
관련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실적이 부진한 영업점 등에 대한 정리 향방이 나올 것이란 얘기들이 나오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라며 “하반기 중국 중추절 등 수요 전환점 등이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되 추석을 기점으로 재편 구도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시내면세점 8개와 공항면세점 13개 등 모두 21개를 운영 중입니다.
■ 면세업계 어려움 가중.. “혁신적 전략, 재편 방향 제시돼야”
이처럼 롯데면세점이 선제적으로 비상경영체제 돌입하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사실 여행 트렌드가 급변한 상황에서 업계 불황이 거듭될 것이란 우려는 가시지 않는 실정입니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9월 중국의 중추절(추석) 연휴나 일주일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 등 소비 기점이 있지만 전체적인 매출 반전을 기대하긴 역부족”이라면서 “오히려 코로나 19 때보다도 현상 유지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때문에 비단 롯데 뿐만 아니라 신라면세점 나아가 대외적으로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대기업 계열 면세사업자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이런 업황에선 일부 사업을 정리하더라도 이해가 된다는 말까지 흘러나올 정도입니다.
또 다른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내국인들도 면세점 이용을 줄이고 외국인들도 예전처럼 면세상품을 찾지 않아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변화된 소비 패턴과 트렌드에 맞춘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사업 재편 향방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때문에 소비 트렌드가 180도 바뀐 상황에, 과거 전략으로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 명확해진 것도 주목해야할 점으로 꼽힙니다.
달라진 트렌드에서, 고가 명품보다는 지역의 독특한 경험과 중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만큼 면세업계로선 이같은 소비 패턴을 반영한 새로운 전략 수립에 고민을 모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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