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남편 성 써야? 제도 바꾸자"…일본 보수 경제단체도 반기

김희정 기자 2024. 6. 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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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재계 단체가 '부부동성제'에 정면 반기를 들었다.

일본, 영국 등 서구에서도 결혼 후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라 바꾸는 게 일반적이지만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닌 관행일 뿐이다.

반면 일본은 부부동성제에 따라 남성, 여성 모두 결혼 후엔 같은 성을 써야 하고 통상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라 간다.

여성 차별에 관한 유엔 위원회가 수차례 부부동성제 폐지를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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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던 이름 아닌데?" 결혼 후 여권·신용카드 등 기존 이름과 불일치,
여성임원 계약서 쓸 때도 이름 바뀌어 난감… '사업 리스크'로 대두
일본 도쿄 아사쿠사 지역에서 한 여성이 일본의 전통 복장 기모노를 입고 우산을 들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일본 최대 재계 단체가 '부부동성제'에 정면 반기를 들었다. 결혼 후 여성의 성이 바뀌는 게 단순히 성적 불평등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부부동성 제도를 유지하는 유일한 국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보수 집권여당인 자민당을 지지하는 경제단체연합회(이하 경단련, 일본 발음 게이단렌)이 10일 정부에 성 선택권을 허용하는 법안을 신속히 의회에 제출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은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고 여성임원의 숫자도 늘고 있는데 이 같은 이름을 둘러싼 문제가 비즈니스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가능한 빨리 제도 개선이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도쿠라 회장은 결혼으로 성이 바뀐 여성들이 여권과 신용카드에 기입된 이름이 결혼 전 사업활동을 하며 사용하던 이름과 일치하지 않는가 하면 이로 인해 법적인 비즈니스 계약에 사인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경단련의 이번 제안은 최근 일본에서 부부동성제에 폐기에 대한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된 가운데 나온 터라 보다 이목이 쏠린다. 일본의 여성단체나 진보그룹뿐 아니라 보수적인 재계 대표 단체까지 나설 정도로 제도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성년의 날 행사가 열리는 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4월 민법 개정으로 성인 나이가 20세에서 18세로 낮아졌으며 성년의 날은 매년 1월 둘째 월요일로 법정 공휴일이다. /신화=뉴시스

경단련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부부동성제를 실시하는 유일한 국가다. 일본, 영국 등 서구에서도 결혼 후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라 바꾸는 게 일반적이지만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닌 관행일 뿐이다. 반면 일본은 부부동성제에 따라 남성, 여성 모두 결혼 후엔 같은 성을 써야 하고 통상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라 간다.(2022년 기준 기혼커플의 95%)

그동안 일본에서 부부동성제 폐지를 요구하며 제기됐던 소송들은 모두 패소로 끝났다. 여성 차별에 관한 유엔 위원회가 수차례 부부동성제 폐지를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의 성평등 순위는 선진국 중에서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도 바닥을 헤매고 있다. 일본은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에서 146개 국가 중 125위를 차지했다. 선진 7개국(G7)에서는 유일하게 상위 10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반면 일본의 국민 정서는 성 선택권에 대해 보다 광범위하게 열려있는 분위기다. 지난 4월 NHK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2%가 부부동성제 폐지에 우호적이었고, 2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70대 이상의 노령층에서도 부부동성제 폐지를 지지하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경단련은 제안서에서 "성별과 무관하게 가족의 성은 개인의 특성을 드러내며 전문 직업인들에게는 그 자체로 경력, 성취, 신뢰, 그 외 한 개인이 쌓아온 결과물과 직결된다"고 밝혔다. 특정 이름으로 이룬 직업적 명망이 성이 바뀌면서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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