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파이크] "개인이 괜찮다고 배구성적 등한시하면 안돼"

권수연 기자 2024. 6. 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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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VNL에 출전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과거의 영광을 꺼내고, 되돌아보고, 그리워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직 여자배구 국가대표 베테랑들은 가감없이 꼬집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미디어데이를 포함해 주말 양일을 뜨겁게 달궜던 'KYK 인비테이셔널(Invitational) 2024'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첫 날인 7일에는 취재진을 상대로 미디어데이가 실시됐으며 8일에 (사)대한배구협회가 주최하고 라이언앳과 넥스트크리에이티브가 공동 주관하는 '김연경 초청 국가대표 은퇴 경기'와 '국가대표 은퇴식'이 진행됐다. 9일에는 세계 배구 스타들을 초청해 경기를 펼친 일명 '해외배구 올스타전'으로 이벤트가 구성됐다.

국가대표 은퇴 미디어데이에는 23-24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한 한송이를 비롯해 황연주, 양효진(이상 현대건설), 김수지(흥국생명), 배유나(한국도로공사), 김연경(흥국생명) 총 6명의 베테랑 선수들이 참석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 당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은 1976 몬트리올 올림픽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당시 딴 동메달을 끝으로 한국 여자배구의 올림픽 입상은 더 이상 없었다.

이후 줄창 5~8위에 머무르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김연경이 합류한 2012 런던 올림픽부터 2016 리우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까지 4-5-4위를 기록하며 몬트리올 대회 이후 4위라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김연경은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입상하지 못한 팀에서 MVP를 수상하는 독특한 이력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여자배구 대표팀 은퇴식은 제 2의 전성기를 만들었던 선수들이 모여 치열하게 뛰었던 국제대회를 기리는 자리였다. 

국가대표 은퇴식에 참석한 김연경
2023 VNL 당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작금의 여자배구 대표팀은 가시밭길을 걷고있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대거로 떠나며 중심이 우르르 사라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주장 박정아(페퍼저축은행) 등 극히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대표팀 막내세대였던 젊은 선수들이 다소 급하게 중간세대로 올라서며 다 같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팬들이 과거의 여자배구 대표팀을 그리워했던 것은 비단 좋았던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김연경이 있던 시절에도 올림픽에서는 입상을 놓쳤고 세계선수권대회나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큰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베테랑들이 물러나자 큰 무대에 갑자기 부딪혀 열정이나 승리에 대한 최소한의 욕심조차 없이 흔들리는 모습과 더불어, 국제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배구 기본기 등이 수면 위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남녀배구 대표팀 모두 할 것 없이 비판을 면치 못했다. 

국가대표 은퇴식에 참석한 김연경

무엇보다 단편적인 수익성과 더불어 이를 하루아침에 뒷받침해줄 스타선수에만 매달리는 배구 관계자들의 안일한 모습까지 겹쳐 현재 배구의 고난기가 앙상한 뼈를 드러냈다. 

23-24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물러난 한송이(은퇴/정관장)는 미디어데이에서 누구보다 먼저 뼈있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지원이 미흡한 상황에서 선수들끼리 뭉쳐서 좋은 성적을 냈던게 기억난다"며 협회와 배구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금메달을 땄음에도 일명 '김치찌개 회식'으로 협회의 홀대 논란에 휩싸였다. 2016 리우 올림픽 당시에도 팀 닥터와 통역이 없어 방송사 기자와 김연경이 통역을 대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당시 대한배구협회 측은 AD카드가 없다는 이유로 직원이 단 한 명도 리우에 동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한송이는 현재의 세대교체에 대해서도 "'선수들이 무조건 부족하다'가 아니라 국가대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좀 달라져야 한다. 이 부분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협회, 연맹, 구단 관계자들까지 나서서 좀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가대표 은퇴식에 참석한 김수지
국가대표 은퇴식에 참석한 양효진

이 가운데는 현역 선수들의 국가대표 참여도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수지(흥국생명)는 "대표팀 성적은 앞으로의 숙제"라며 "관심은 많이 받는데 그만큼의 효율이 나오지 않고 있다. 모든 여자배구 선수들이 돌아보면 올림픽을 경험했고 자부심을 경험했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이 마음에 담아주고 참여율이 높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양효진(현대건설) 역시 "우리도 힘든 시기를 지나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금은 너무 빨리, 쉽게 전성기가 와달라고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연경은 "현재 (국내 배구)상황은 대표팀보다 V-리그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것 같다"며 "지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생각을 해야한다. 특히 배구인들이 생각을 좀 해야하는데, 개개인이 괜찮다고 해서 배구(국제)성적을 등한시하지 말아달라"고 지적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끄는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 역시 이에 대해 한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지난 4월 기자회견을 가졌던 그는 "좋은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 나서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 구단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통을 물려준 '황금세대'는 구단 차원에서의 적극 선수 차출 협조와 더불어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국제무대 참여 의식을 선명하게 꼬집었다.

베테랑들은 2020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물러난 후 줄곧 여자배구 침체기에 대한 질문의 중심에 섰다.

경험자의 입장에서 해답과 조언은 제시해줄 수 있으나 실천은 현역과 미래의 배구인들에게 달려있다. 이를 자아내는 감독의 기량도 한계가 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수없이 바꿔도 결국 하모니는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편 현재 2024 VNL에 출전하고 있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12일부터 일본에서 3주 차 경기를 치른 후 대회를 마무리한다. 현재 한국 여자배구는 세계랭킹 38위다. 

 

사진= MHN스포츠 DB, 김연경 SNS, 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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