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부활보다 선거제 개혁이 중요[시평]

2024. 6. 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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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공감대 커지는 지구당 필요성
현장 정치와 공정 경쟁엔 도움
위원장 사유화 못 막으면 헛일
양극화 기댄 적대적 공생 낳는
단순다수 소선거구제 바꿔야
실패 땐 민주주의 위기 부른다

지구당이 논란이다. 제22대 국회 개원과 특검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 관심은 덜하지만 거대 양당은 ‘지구당 부활’에 공조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역정치 활성화법안’,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정치참여 활성화법안’을 각각 제출했다. 양당의 유력 정치인들도 ‘지구당 부활’에 앞장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선거를 치르며 원외 당협위원회를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수도권·청년·현장 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득권의 벽을 깨는 정치 영역에서의 격차 해소를 통해 신인과 청년들이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는 주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당원들이 당의 주인이다.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으로, 국민이 직접 참여해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대중정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당원들의 권리와 역할 그리고 지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지구당 부활에 동의한다. 이 대표는 2022년 전당대회에서 같은 내용의 공약을 했다.

지구당 부활에 한동훈과 이재명의 정치적 필요는 일치한다. 한쪽은 전당대회에서 원외 위원장의 지지가 필요한데 이들 대다수는 수도권에 포진한다. 다른 쪽은 자당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후 벌어진 강성 당원 탈당 러시의 정치적 불만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지구당 부활론이 “정략적 접근”이라거나 “전당대회에서 표(票)가 필요한 것”이다. “국민에게 무슨 도움 되냐”는 말을 듣는 이유다. “지구당이 생겨야 본인들이 선거에 유리할 것이란 생각 자체가 구태의 길이자 여의도 문법에 빠져 여의도 사투리만 쓰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당의 정치적 고려를 인정하더라도, 지구당 조직은 원외 위원장들에게 절실하다. ‘지역구에 사무실을 내고 상근 인력을 두어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사람은 현역 국회의원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여야를 넘어선 그들만의 기득권 담합이다. 같은 정당이라도 지구당 조직의 정치적 이해는 엇갈린다.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은 민주당 경쟁자가 부담스럽고,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은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역 활동을 경계한다. 지구당 부활에 대해 양당 약세 지역 원외 위원장들이 공통된 입장을 갖는 이유다.

지역구 사무실 운영 여부는 당무감사의 항목이라고 한다. 법적으로는 안 되는데, 선거 현실적으로는 필요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구당 조직을 합법화하더라도 공정성 문제는 계속된다. 지구당 위원장 외의 정치 신인이나 정치 지망생들에게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청년 정치인의 진입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모든 정치인에게 후원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지구당이 다시 생겨도 ‘돈 먹는 하마’로 상징되는 고비용 저효율 정치 구조와 ‘지구당 사유화’로 대표되는 비민주적 운용 등은 현실적 문제다. 현행과 같은 단순다수 소선거구 선거제도의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단순다수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지속시키는 제도적 근거다. 그 결과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악화한 혐오와 대결의 정치다. 국민적 정치 불신과 공동체의 정치 실패 그리고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구당 조직이 아니라, 정치 양극화 개선을 위한 정치개혁의 일환으로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이다. 개헌이 정치개혁의 공식적 완성이라면 선거제도 개혁은 성공하는 정치개혁의 입구다. 안타깝게도 제22대 국회는 거야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악순환이 강화될 듯하다. 당장 특검법을 중심으로 입법부와 대통령의 대립은 격화할 것이고, 여당 일부의 이탈에 따른 대통령과 여당의 분화도 상정 가능하다. 여권의 혼란과 대통령 탈(출)당으로 무(無)당적 대통령 등은 국회 기능의 마비는 물론 국정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회가 민생 회복과 문제 해결의 장이 아닌 정치적 갈등과 혼란의 진원지가 돼서는 안 된다. 탄핵국회냐 개헌국회냐 하는 갈림길에 선 제22대 국회의 정치개혁 논의를 이제 제대로 시작해야 할 때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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