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잠실에서 인천공항까지 헬기로 20분 만에 간다… 운임 44만원은 ‘만만찮네’

윤희훈 기자 2024. 6. 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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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에어, 공항 헬기 서비스 론칭 앞두고 시범 운항
좁고 덥지만, ‘시간 단축’은 메리트
尹 대통령 출국 이동에, 행사 1시간 이상 지연되기도
‘정시성’ 중요한 항공 스케쥴, 리스크 드러내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 헬기장에서 본에어가 운영하는 시코르스키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뚜,뚜,뚜,뚜,뚜’

지난 10일 오전 12시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헬기장으로 시코르스키(Sikorsky) S-76C 헬기가 착륙을 시도했다. 헬기 날개가 일으킨 바람에 한강둔치공원의 풀과 나무가 세차게 흔들렸다. 풀밭의 흙과 모래가 얼굴과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따끔한 바람을 맞으며 헬기에 탑승했다.

◇ 조금 불편하지만, 아주 빠른 ‘공항 셔틀 헬리콥터’

이 헬기는 모비에이션이 운영하는 ‘본에어’ 헬리콥터다. 본에어는 서울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셔틀 서비스 사업을 11일부터 시작한다. 서울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공항버스로 가면 교통 소통이 원활하면 1시간, 길이 막히면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 길을 헬기는 20분 만에 주파한다고 한다.

이날 헬기는 잠실-인천공항까지의 일부 구간인 잠실-만남의광장까지 시범 운항을 했다. 헬기를 바로 타고 ‘슝’ 떠나는 것은 아니었다. 자가용 헬기가 아닌 만큼 항공법에 따른 사전 절차를 밟아야 했다. 3분 가량의 영상을 통한 안전 교육과 간단한 소지품 검사가 선행됐다. 항공기에 탑승할 때처럼 날카로운 물건이나 라이터 등 인화물품을 소지한 채 탑승을 할 수 없다.

안면인식으로 신원 확인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QR코드 티켓 확인까지 하면 탑승 전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다. 헬기에 캐리어를 갖고 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기내 공간을 고려해 백팩 정도로 안고 갈 수 있는 정도의 짐만 허용된다. 캐리어나 골프백과 같은 대형 짐은 미리 부쳐야 한다. 본에어 측은 이와 관련, 전날 탑승 예정자의 집을 방문해 개인짐을 수거해 항공사에 보내는 픽업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탑승을 한 뒤, 안전벨트 점검 등 2~3분여의 준비를 마치고 이륙한 헬기는 탄천변을 타고 남서쪽으로 향했다. 잠실헬기장에서 이륙하고 1분 여만에 대치 우성아파트와 쌍용아파트가 나왔다. 최고층의 높이가 250m가 넘는 타워팰리스도 보였다.

잠실-인천공항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에어 헬리콥터에 기자들이 탑승하고 있다. / 윤희훈 기자

2002년 제조된 이 헬기는 과거 현대그룹에서 VIP 의전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천장에 설치된 금색빛의 독서등과 송풍구 등 디테일에서 귀족풍이 느껴졌다. VIP용 리무진 좌석을 뜯어내고, 여러명을 태울 수 있는 일반 좌석으로 교체를 했다고 모비에이션 관계자는 설명했다.

헬기 안은 후끈했다. 에어컨 송풍구에서 바람이 나오긴 했지만, 기내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좌석도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헬기 로터 소리는 차음헤드폰을 쓰고 있어도 달팽이관을 때렸다.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다.

심지어 12인 좌석으로 운영될 헬기는 미디어용 시범 운항을 위해 중간 좌석을 뗀 상태였다. 8인 탑승도 실내 공간이 여유롭지 않았는데, 중간 1열이 더 생길 경우 실내는 훨씬 비좁아질 수밖에 없다.

헬기는 이륙하고 4분여만에 목표 지점인 만남의광장 상공에서 기수를 틀어 이륙지점으로 돌아왔다. 헬기 문을 열고 내리자 개방감이 확 밀려 들어왔다. 헬기 날개가 만든 바람이 등과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혔다.

10일 서울 상공에서 바라본 잠실 야구경기장 일대 전경. /윤희훈 기자

◇ ‘헉’ 하는 이용료… 사업 지속가능할까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헬기를 타고 가는 비용은 44만원이라고 한다. 서비스이용료 40만원에 부가가치세 4만원이 붙는다.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공항버스 이용료가 1만8000원, 가격만 따지면 24배 이상이다.

헬기 탑승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지만 시간 활용 부분에서 그만큼 이득인지도 미지수다. 서울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타면 너무 막히는 시간이 아니면 1시간 30분이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배차 간격도 1시간에 2~3대 이상은 된다.

반면, 본에어 서비스는 시간당 1편만 이용할 수 있고, 이마저도 2주 전까지 예약을 해야 한다. 거주지에서 헬기장까지 이동 시간, 헬기 탑승 준비 시간, 헬기 이동 시간, 헬기 하선 후 공항까지 환승시간까지 고려하면 부대 소요시간이 최소 비행 시간 이상은 걸린다. 헬기장까지의 이동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삼성동 및 잠실 거주자(근무자)를 제외하곤 시간을 드라마틱하게 줄이기 어려워 보인다.

향후 고객이 있는 위치에서 제일 가까운 헬기장에서 탑승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할 수도 있지만, 미래의 이야기다. 게다가 본에어 서비스는 예약자가 1명이면 운행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서비스 이용자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신민 모비에이션 대표는 “1명만 이용할 경우 비용 손실이 너무 크다”면서 “최소 인원이 모여야 예약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3인승 소형 헬기는 3명이 모두 탑승해야, 12인승 헬기는 8인 이상이 탑승을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1인 운행도 어려운 상황인데, 개별 수요에 맞춰 탑승 지점을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기상 상황을 비롯해 예상치 못한 일정으로 운항이 멈출 수 있다는 점도 사업의 리스크로 거론된다. 실제로 시범운항을 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출국을 위한 헬기 이동으로 오전 11시까지 서울 시내 민간항공기의 운항이 금지됐다. 이로 인해 10시부터 시작하기로 한 시범운항 일정은 1시간 이상 지연됐다.

공항까지 최대한 빨리 가려고 서비스를 예약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운항이 지연돼 공항에서 국제선 탑승을 놓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대비책도 아직은 불분명했다. 신 대표는 “기상 상황은 전날 미리 공지를 해 대체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리무진 서비스 등을 따로 제공하는 등 보완책을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탑승한 헬기는 올 연말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진행될 석유·가스 탐사 시추 작업 때, 육지에서 시추선까지 인력을 운송하는 업무도 하게 된다. 해당 헬기를 소유·운영하는 헬리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한국석유공사 측과 인력 운송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본에어 서비스를 론칭한 모비에이션의 신민 대표가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헬기장에 도착한 헬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 19일부터 공식 운항… UAM 시대 초석될까

이날 미디어 시범운행을 진행한 본에어는 11일부터 탑승 예약을 받는다. 공식 운항일은 오는 19일이다. 예약은 본에어 어플리케이션으로 할 수 있다.

본에어는 소형항공운송 서비스를 시작으로, 전동수직이착륙기체(eVTOL or EVA)와 전동비행기(Electric Aircraft)까지 전부 아우르는 범용항공(Air Mobility)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항공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헬기와 소형기를 이용한 소형 항공 운송사업 시장이 잘 구축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헬기와 소형기를 이용한 소형항공운송사업이 아직 활성화 돼 있지 않다. 도심항공 서비스가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고, 관련 인프라도 부족하다.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도 있다. 모비에이션이 소규모 이동용으로 확보한 소형헬기는 현재 계기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민간 운송용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시계운전을 하는 특성 때문에 계기판을 달지 않고 출고되는 소형헬기가 많다”면서 “해당 규제에 대한 완화는 전문기관과 협업하며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직 시장 여건이 성숙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회 요인은 있다는 게 모비에이션 측의 분석이다. 특히 회사는 개인 고객보다는 법인 단위 고객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모비에이션 관계자는 “5대 그룹 등 대기업은 자가용 헬기를 운영 중이지만, 그보다 규모가 작은 대기업에서도 헬기 이동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VIP 고객을 지방산단 내 공장이나 사업지로 빠르게 모시고 싶다는 수요가 꽤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축적된 인프라와 데이터는 미래 UAM 산업 부흥기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소형항공 인프라와 고객층을 미리 구축해 UAM 시대가 도래 했을 때, 본에어는 기존 항공 시장과 UAM 시장의 브릿지 역할을 할 것”이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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