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오픈AI와 밀월 시각에 선긋기··· '제 길 가는 애플 인텔리전스'

남시현 2024. 6. 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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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현지 시간으로 6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파크에서 애플 세계 개발자회의(WWDC)가 공식 개막했다. 6월 14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WWDC는 애플의 새로운 인공지능 전략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소개와 더불어 iOS18, 아이패드OS18, 맥OS세쿼이아가 함께 공개되었으며, 애플워치용 워치OS 11과 비전 프로용 비전OS 2까지 추가로 소개됐다. 특히 오픈AI의 챗GPT가 애플 운영체제 전반에 포함되면서 애플 기반의 생성형 AI 생태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애플 인텔리전스, 늦었지만 비로소 AI 대열에 합류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매킨토시에 생성형 AI 모델을 심어주는 개인용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애플 아이폰 15 프로 이상, 아이패드 에어 및 프로 M1, M2, 아이패드 프로 M4, M1 이상을 탑재한 매킨토시라면 올 가을 최신 업데이트를 적용한 이후 애플 인텔리전스를 활용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최신 칩셋을 통해 기기 자체에서 온디바이스 AI로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애플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터와 연결해 데이터를 처리 후 다시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 기기에 내재된 AI 서비스 전반을 말한다. 이는 챗GPT가 아닌 자체 제작한 AI 기능을 의미한다 / 출처=애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 고유의 방식으로 생성형 AI를 개인적 상황과 맥락에 맞춰 제공한다. 이 역량은 사용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쉽게 처리하도록 돕고, 또 개인정보와 보안에도 만전을 기한다”라면서, “애플만이 이 수준의 AI를 제공할 수 있고, 사용자들이 그 능력을 적극 경험하기를 바란다”라고 가볍게 소개했다.

AI 기능을 활용해 이미지를 분석하고 검색하는 기능 등이 시연됐다 / 출처=애플

핵심은 AI 기능의 내재화다. 우선 새로운 쓰기 도구를 통해 메일, 메모, 페이지, 서드파티 앱에서 쓴 글을 기기 자체에서 재작성하고, 교정 및 요약한다. 수업 내용을 자동으로 정리하고, 기사나 블로그 게시물을 요약해서 볼 수 있다. 메일은 내용을 분석해 시급한 메일을 표시하고, 본문을 열지 않고도 요약본을 볼 수 있다. 또한 사진 앱에서 설명을 통해 사진을 검색하고 스토리를 구축할 수 있다.

첫 아이폰 공개 이후 최초로 음성 녹음 기능을 지원하게 됐다. 다만 아이폰 15 프로 및 아이폰 16 이상에서만 지원하며 국내 도입 역시 미정이다 / 출처=애플

2007년 첫 아이폰 공개 이후 한 번도 제공되지 않았던 통화녹음도 생성형AI의 힘을 빌어 지원한다. 메모와 전화 앱은 이제 오디오를 녹음할 수 있다. 통화 중 녹음을 시작하면 당사자 모두에게 녹음 사실이 알려지고, 통화가 끝나면 애플 인텔리전스가 텍스트로 변환하고 해당 요약본을 생성해 요점을 제공한다. 업무상 이유로 통화녹음이 필요했던 사용자들이라면 아이폰을 다시 고려해 볼 수 있다.

한편 통화 메뉴에서 한 번만 눌러도 곧바로 통화가 연결되는 문제는 두 번 눌러서 통화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기존처럼 한 번에 연결하려면 주소록 상에서 전화 버튼을 누르면 한 번에 통화된다.

GPT-4o 비롯한 오픈AI 기술 탑재, 보안 등의 문제는?

애플 인텔리전스 공개에서 가장 이목이 집중된 부분은 오픈AI의 GPT-4o 도입이다. 우선 시리에 GPT 기능이 탑재돼 전문 지식 검색을 지원하고, 기존처럼 이미지나 텍스트 생성도 주문할 수 있다. 맥 OS상에서도 챗GPT가 내재화되어 내부 메뉴 기능으로 쓸 수 있다. 실제 발표에서는 약 2분 이내의 짧은 시간만 할애되었으나, 활용도 측면에서는 앞서 애플 인텔리전스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서비스는 올 가을 이후부터 개시된다.

애플 기기 메뉴 상에서 챗GPT를 쓸 수 있게 됐다 / 출처=애플

당초 오픈AI와의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가 했지만, 협업보다는 계약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키노트에서 ‘앞으로도 다른 AI 모델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다른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놓았고, WWDC 24에 참석한 샘 올트먼도 특별 대우 없이 일반 연사로 참석한 점도 관계를 예상하게 만든다.

한편 오픈AI 서비스 도입으로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챗GPT 버그로 이용자 이름, 이메일, 결제 내역, 신용카드 번호 등이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올해 1월에는 약국 처방 시스템의 사용자 이름 및 비밀번호, 스토어 정보가 GPT에 노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는 챗GPT 서버 상에서 최근 로그인한 사용자의 자격 증명 등을 기록하는 캐시 기능 오류 때문인데, ‘ChatGPT의 데이터 사용 정책은 계정을 연결하기로 한 사용자에게 적용된다’는 문구를 볼 때 애플 제품을 쓰더라도 GPT 계정이 원인이 되는 개인정보 유출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발표 직후 오픈AI로 인해 애플에 보안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내용은 기계번역 / 출처=X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X를 통해 “애플이 OS 수준에서 오픈AI를 통합할 경우, 자사 내 애플 장치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면서, “애플은 자체 AI를 만들 만큼 현명하지 못했고, 오픈AI 서비스가 개인정보 및 보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애플은 데이터를 오픈 AI에 넘겨주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애플은 ‘애플 GPT의 사용자 IP 주소는 가려지고, 오픈AI도 사용자 요청을 저장하지 않는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높아진 사용자 문턱, 슈퍼 사이클 일으킬까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많은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이례적으로 지원 기기의 상한선이 높다. iOS18는 아이폰 XS, XR, 아이폰 11 이후 출시된 제품을 지원하고, 아이패드OS 18는 아이패드 7세대 및 아이패드 미니 5세대, 아이패드 에어 3세대 이상 제품부터 지원한다. 워치 OS 11은 애플 워치 시리즈 6 이후 제품, 맥OS 세쿼이아는 2019 아이맥, 2018 이후 맥북 프로, 2020 이후 맥북 에어 등을 지원한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올해 말 미국 영어 지원 제품에 먼저 적용된다. 즉 국내 도입 및 서비스 시점은 확인되지 않는다 / 출처=애플

지원 자체의 범위는 넓지만, 애플 인텔리전스는 그렇지 않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미국 영어로 설정한 아이폰 15 프로 및 15 프로 맥스, M1 칩 이후 버전을 탑재한 아이패드 및 맥OS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애플은 ‘일부 기능, 추가 언어 및 플랫폼은 내년에 출시될 예정’으로 못박고 있다. 즉 국내 사용자가 GPT나 음성 녹음같은 기능을 쓸 수 있을지도 지금으로선 불투명하다. 음성 녹음은 판매 국가의 실정법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라 국내 도입에는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이다.

법적, 제도적 문제를 고려했을 때 빠르면 내년에야 애플 인텔리전스가 국내에 도입되는데, 발표대로만 된다면 국내 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최신 아이폰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스는 아이폰 이용자의 61%가 휴대폰을 2년 이상 쓴다고 발표했다. 운영체제 업데이트 지원이 끊기는 시점에 교체한다면 최소 4년 이상 쓴다. 하지만 통화녹음, GPT-4o 등 매력적인 기능을 원한다면 가을 이후에는 아이폰 15 프로 및 아이폰 16을 구매해야 한다.

애플이 인텔리전스하게 던진 주사위가 애플의 아이폰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더 나아가 애플이 생성형 AI 관련 기업으로 거듭나는 촉매제가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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