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자’ 테라파워, 미국 첫 소형원자로 착공…빌 게이츠 참석

강병한 기자 2024. 6. 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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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파워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4세대 소형모듈원자료(SMR ) 실증단지 착공식을 했다. 착공식에는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운데),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왼쪽에서 다섯번째),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세번째) 등이 참석했다. SK그룹 제공

SK그룹이 투자한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가 미 와이오밍주에서 SMR 실증단지 건설을 시작했다. 원자로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4세대 SMR 착공에 나선 것은 미 기업 중 테라파워가 최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곳이다. SK그룹은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해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10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실증단지 착공식을 열고 4세대 SMR 원자로인 ‘나트륨’을 포함한 전력 생산 장비와 기타 제반 공사에 돌입했다고 SK가 11일 전했다.

실증단지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소유한 전력회사 파시피콥의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내에 마련된다. 약 25만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인 345메가와트(MW)급 단지로 구축된다. 2030년까지 실증단지를 완공하고 상업운전까지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액체 나트륨은 끓는점이 섭씨 880도로 물(100도)보다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

이날 착공식에는 테라파워 창업자인 게이츠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 김무환 SK(주) 그린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게이츠는 “이 차세대 발전소가 미국의 미래를 움직일 것”이라며 “우리의 경제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풍부한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K(주)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실증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SK는 테라파워와 함께 아시아 사업 진출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SMR은 기존 원전에서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소형 원전이다. 부지 규모가 작고 안정성이 높아 도시와 산업단지 등 전력 수요처 인근에 구축하기 유리하다. 건설 시간과 비용 모두 기존 원전보다 줄일 수 있어 미국과 한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원전 기술 강국들이 SMR 개발과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 세계에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SMR이 이를 해결할 유력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라파워는 원자로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경수형 원전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경수형인 3세대는 고온의 핵연료를 식혀주는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지만 4세대 비경수형 원자로는 물 대신 액체금속, 가스 등을 사용한다. 원자로는 높은 온도에서 작동될수록 발전 효율이 높아지고 경제성도 향상되는데, 물을 사용하지 않는 4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가동할 수 있다. 물을 사용하지 않아 오염수가 발생할 우려도 적다.

착공식에 참석한 김무환 SK(주) 그린부문장은 “테라파워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 민간기업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업화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며 “향후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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