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발암물질까지 나오다니… 과불화화합물 섭취 줄이려면 어떻게 조리? [스프]
탄소와 불소가 결합해 만들어진, 이른바 과불화화합물이라 불리는 물질은 대단히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이 스며드는 걸 막아주는 효능 때문에 활용처가 많죠. 반면 강력할 정도로 안정적인 특성 탓에 쉽게 변환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데, 이로 인해 인체에 흘러 들어와도 분해되지 않은 채 축적됩니다. 게다가 암이나 간 손상을 일으키는 등 독성이 높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 관련 보도
[단독] 모유에서 '과불화' 검출…증가세에도 안일 (2024년 5월 6일, SBS 8뉴스 보도)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637083]
[단독] "생선 내장서 살코기보다 과불화화합물 10배 검출" (2024년 5월 31일, SBS 8뉴스 보도)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668219]
특이한 점은 연구팀이 산모들의 식습관을 조사한 결과, 수산물이 가장 주요한 과불화화합물 노출 경로로 분석됐다는 점입니다. 과불화화합물이 사용된 제품들이 사용 후 폐기되면서 토양이나 하천을 통해 해양으로까지 흘러든 뒤 먹이사슬에 따라 축적됐다는 의미이죠.
유럽보다 오염 심한 국내 수산물
PFOA에 오염된 건수가 많았을 뿐 아니라 오염도도 우리가 심했습니다. 유럽 수산물의 경우 오염도 하한(LB)은 0.18, 상한(UB)은 0.73이었습니다. 단위는 그램당 나노그램(ng/g)입니다. 반면 국내 수산물은 오염도 평균값이 5.63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 상한치보다 8배 가까이 높은 수치입니다.
또 다른 과불화 물질인 PFOS, 과불화옥탄설폰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 수산물 검출률은 39.5%였는데 국내 수산물에선 88.4%로 높았습니다.
왜 국내 수산물이 유럽 수산물보다 과불화화합물 오염이 심한가에 대해선 원인 분석이 제대로 이뤄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강상욱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정확한 연구가 이뤄진 바는 없지만, 그만큼 우리 해역의 오염이 심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며 "중국에서 배출된 과불화화합물이 서해바다로 많이 흘러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영향이 큰 걸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알다시피 수산물이라면 우리 국민의 주요 먹거리인 만큼 수산물의 과불화 물질 오염 문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좀 더 소비자 입장에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만한 취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과 같은 3가지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1) 수산물 중에서도 어떤 수산물이 과불화 물질 오염이 심한가
2) 같은 어종이라도 몸통 부위에 따라 축적량이 다른가
3) 수산물 조리법에 따라 섭취량을 줄일 수는 없나
바닷가재 17배, 멍게는 9배…과불화 물질 오염도
이 중에서 바닷가재와 멍게가 특히 심한 오염도를 보였는데, 바닷가재는 평균의 17배(9.81나노그램), 멍게는 9배(5.21나노그램)나 됐습니다. 이 밖에도 새우, 바지락, 홍합, 문어, 주꾸미, 낙지, 소라, 갈치 등이 오염도가 높았습니다. 해양으로 흘러든 과불화 물질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시작으로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다 보니 영양 단계가 높은 포식자에게서 오염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2) 같은 어종이라도 몸통 부위에 따라 축적량이 다른가'의 관점에서 연구된 해외 저널의 논문들도 분석해 봤습니다. 서아프리카 기니만에서 잡힌 민어를 대상으로 분석한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근육 조직, 즉 살코기에서 검출된 9종의 과불화화합물 최고 평균 농도는 0.82나노그램/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아가미에서는 2.5나노그램이, 소화관에서는 3.9나노그램이, 간에서는 8.3나노그램이 검출됐습니다. 살코기에 비해 아가미는 3배, 소화관은 5배, 간에서는 10배나 많은 과불화 물질이 축적된 겁니다.
끓이기, 튀기기, 찜, 굽기…달라지는 생선 내 과불화 물질량
과불화 물질의 세부 종류에 따라서는 격차가 있었습니다. PFBA 물질은 물에 끓였을 때 36%, 기름에 튀겼을 때 51% 감소했습니다. PFOS 과불화옥탄설폰산의 경우는 큰머리메기나 밴댕이에서는 끓였을 때와 튀겼을때 유의미하게 줄었고, 구웠을 때는 밴댕이와 아귀에서 PFOS가 유의미하게 늘었습니다. 이런 결과는 조리 중에 PFOS의 전구체 물질의 변환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합니다.
반면 PFOA의 경우는 4가지 방식 조리 후 모든 샘플에서 농도가 증가했습니다. 그렇더라도 끓이기와 튀기기에 비해 스팀에 쪘을 때 증가율이 높았고, 가장 증가율이 높은 건 오븐에 구웠을 때로 나타났습니다.
끓이기와 튀김에서 과불화화합물의 총합이 줄어든 건 기존 연구와 일치한다고 산터우대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그 이유는 끓이거나 튀기는 동안 물이나 기름에 생선에서 나온 과불화화합물의 방출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탕 요리의 경우는 국물에 과불화화합물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시사합니다.
연구진은 중국 산터우 인근 해안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일일 섭취 추정량을(EDI)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이 지역 주민들의 모든 PFAS 물질에 대한 EDI는 미국 환경청의 허용 기준량보다는 낮았지만, 다섯 종의 PFAS의 주간 추정 섭취량은(92.44나노그램/kg)은 유럽 식품안전국이 권장한 주간 허용 섭취량(4.4나노그램/kg)을 초과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과불화 물질 섭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산터우 현지 주민들의 조리 방법과 관련한 권고 내용도 소개했는데, 위에서 설명한 대로 끓이거나 튀기는 방식으로 요리하라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끓이는 방법을 가장 최우선으로 추천했습니다. 이유는 기름에 튀길 경우 단백질 산화나 아미노산 손실, 지방산 구조 변화 등으로 영양 성분이 크게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j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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