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총선에서도 압승 예상…마크롱 ‘조기총선 도박’ 역풍

신기섭 기자 2024. 6. 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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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오는 30일과 다음달 7일 실시될 총선에서도 압승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프랑스 주류의 극우 정당 견제 심리를 활용해 유럽의회 선거 참패를 돌파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이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크롱 대통령은 9일 밤 유럽의회 선거 출구 조사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하면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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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국민연합의 지도자 마린 르펜 의원이 10일(현지시각) 파리에 있는 국민연합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오는 30일과 다음달 7일 실시될 총선에서도 압승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국민연합의 기세를 꺾기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꺼내 든 ‘조기 총선’ 도박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톨뤼나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엠4 등 3개 매체의 의뢰로 9~10일(현지시각) 성인 27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국민연합이 하원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235~26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는 과반인 289석에는 못 미치지만 현재의 89석보다 150석가량 많은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4%가 국민연합에 투표하겠다고 답해, 9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연합의 득표율 31.4%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여당 ‘르네상스’ 중심의 연합 세력인 ‘앙상블’은 125~155석을 얻는 데 그쳐, 의석수가 현재(249석)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불복하는 프랑스’, 사회당 등으로 구성된 좌파 연합은 115~145석을, 전통 우파 정당인 공화당은 40~5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프랑스 주류의 극우 정당 견제 심리를 활용해 유럽의회 선거 참패를 돌파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이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통령과 야당 출신 총리로 이뤄진 이른바 ‘동거 정부’ 탄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1986년과 1993년 사회당 출신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아래서 두 차례 ‘동거 정부’가 구성됐으며, 1997년부터 5년 동안에도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좌우 동거 정부가 지속된 바 있다.

동거 정부가 구성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남은 3년여의 임기 동안 외교, 국방 정책을 책임지고, 국내 문제는 야당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9일 밤 유럽의회 선거 출구 조사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하면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총선 1차 투표는 30일 실시되며, 결선 투표는 7월7일 이뤄진다.

조기 총선 발표 직후부터 국민연합은 극우, 우파 연합 구성 움직임에 나섰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마린 르펜 의원과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는 언론인 출신 극우 인사 에리크 제무르가 이끄는 정당인 ‘재정복’의 마리옹 마레샬 부대표와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이 만남 뒤 공화당의 일부 인사들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사회당과 함께 프랑스를 이끄는 정당이었으나, 마크롱 대통령의 등장 이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불복하는 프랑스’, 사회당, 공산당 등 좌파 세력도 연합 논의에 착수했다. ‘불복하는 프랑스’ 소속의 마농 오브리 유럽의회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논의를 끌 시간이 없다”며 “목표는 다시 만나 미래를 건설하고 무엇보다 나가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사회당을 이끈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도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좌파는 총선을 대비한 “명확한 방향이 필요하다”며 “이제 우리의 임무는 국민연합을 패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당과 ‘불복하는 프랑스’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연합, 여당 연합에 이어 3,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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