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액주주 챙기라’는 밸류업 상법 개정, 득보다 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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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상법 개정안이 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부활했다.
현재도 신주 발행과 배당을 비롯한 여러 항목에서 주주 평등 원칙에 따라 주주 보호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상법 제382조의3'을 개정해 기업 이사회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려는 것은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반영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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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상법 개정안이 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부활했다. 윤석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 공론화에 동참한 데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상법 개정에 공감하고 있어 이번 회기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도 신주 발행과 배당을 비롯한 여러 항목에서 주주 평등 원칙에 따라 주주 보호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상법 제382조의3’을 개정해 기업 이사회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려는 것은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반영된 정책이다. 기업경영의 책임을 지는 이사들이 회사뿐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생기는 셈이다. 이는 2020년 LG화학 물적분할이 단초가 됐다. 당시 물적분할을 결의하면서 신설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발표했는데 ‘알짜 사업부’를 떠어냈다는 평가 속에서 LG화학 주가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 소수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관련 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기업경영의 주체들이 주주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고도 타당하다. 하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당장 손해배상소송 남발로 이어져 기업은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느라 일상의 경영 활동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소액주주는 배당 확대나 당장의 이익 분배를 요구하고 지배주주는 신사업을 위해 이익을 회사에 장기간 유보할 것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사가 이런 주주 간 이해충돌을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이사는 다양한 주주들로부터 충실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손배 소송을 당할 수 있는데, 회사는 이에 대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임원배상책임보험을 들어야 한다. 이런 비용은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일본, 호주 등의 관련법에서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 행동할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소액주주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권리가 지분보다 과대평가돼 ‘자본 다수결 원칙’ 등 자본주의 기본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상법 개정이 법원의 기존 법 해석과 정면 충돌하는 것도 문제다. 대법원 판례는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엄격히 구별되며, 회사의 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지 ‘주주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 상법개정이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것이다.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드세질 것도 우려된다. 선한 취지의 정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늘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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