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NEW 캡틴 송성문, 완장 달고서 6월 4할 맹타…그리고 그가 민소매를 고집하는 이유는[스경X인터뷰]
프로야구 1군 엔트리 정원은 28명이다. 주장은 28명의 선수들을 대표해 팀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부담감이 적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선수는 오히려 지금 주장 완장이 더 잘 어울린다.
키움 송성문(28)은 지난 4일부터 팀의 캡틴을 맡았다. 기존 주장이었던 김혜성의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김혜성은 이번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예정이다. 최근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의 소속사로 알려진 CAA스포츠와 계약도 했다. 구단 차원에서 야구에만 집중하게 하려고 주장을 바꿨다.
주장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송성문은 주장을 맡은 후 더 펄펄 날고 있다. 주장을 맡은 날인 4일 LG전에서 2안타 2타점으로 멀티히트를 때렸다. 6월 타율은 10일 현재 8경기 0.412다. 홈런도 2방이나 쳤다.
송성문은 주장이 된 소감으로 “책임감이 생긴다. 주장이 되는 상황이 온다면 열심히 해 볼 생각이 있었다”며 “시야도 넓게 보고 이제 차차 배워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해보고 힘든 게 있으면 김혜성 선수에게 물어보면 된다”라며 “이용규 선배님이나 이원석 선배님 등 베테랑 선배님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송성문이 주장이라는 중책을 흔쾌히 맡을 수 있었던 건 올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6월에 가장 좋은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가장 꾸준한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올시즌 60경기 타율 0.328 8홈런 42타점 등을 기록 중이다. 평균 2할 중후반대에 머물렀던 시즌 타율을 3할대로 껑충 올렸다.
송성문은 “최근 2년 동안 시즌 초반에 안 좋은 상태에서 시작했다가 힘들게 페이스를 올렸던 패턴이 계속 반복됐는데 올해는 생각보다 빨리 잘 풀려서 야구장에서 조금 마음 편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단골 팀이었던 키움은 지난해 10위로 시즌을 일찌감치 끝냈다. 송성문의 개인 운동도 예년보다는 빨리 시작됐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더 많이 하고 기술 훈련을 한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특히 좋아진 부분은 장타다. 송성문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22년 기록한 13개였다.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해였다. 그런데 올해에는 벌써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벌써 8개나 쳤다.
송성문은 “내가 김혜성처럼 도루를 엄청 많이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유격수처럼 수비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도 아니다 보니까 어느 정도 장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타구 스피드가 빨라지면 타율이나 장타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타구 스피드를 높이려는 노력은 매 시즌 해보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에는 5월 중순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리듬이 깨졌다. 올해는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해 나가면서 처음 그렸던 그림대로 색을 채워나가고 있다.
송성문은 “한 시즌을 치르면서 시즌 초반에 좋지 않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결과에 집착했다. 그런데 올해는 준비도 열심히 했고 나 자신을 믿다 보니까 성적도 괜찮고 그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잘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평소 민소매를 즐겨 입는 것도 ‘자신감’의 원천 중 하나일까. 송성문은 유독 경기 전 민소매 유니폼을 입는 것을 즐겨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기에 자신감이 붙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송성문은 이 말에 손을 내저었다. 그는 “경기할 때에는 너무 편안하다는 느낌이 싫은데 연습할 때에는 편안한 느낌이 좋다. 연습할 때부터 더우면 경기할 때에는 너무 힘들더라”며 “그래서 연습할 때에는 최대한 시원하게 하고 경기할 때에는 오히려 팔토시를 낀다든지 긴팔을 받쳐 입는다든지 한다”고 했다.
이어 “원래도 민소매를 선호했는데 몸이 좋아지기 전에는 사람이 몰랐다”며 “지금은 몸이 좋아지니까 민소매를 입는다고 주변에서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개인 성적은 만족하고 있지만 팀 성적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시즌 초 예상을 깨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던 키움은 최하위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송성문은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그는 “지금 1군에서 경험이 많이 없는 선수들이 경기를 많이 나가고 있다. 다른 팀의 주전 선수들보다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라면서도 “어린 친구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험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성장을 하다 보면 당장 여름부터 잘 할 수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송성문은 “실패를 두려워하면 경험도 쌓이지 않는다. 부딪혀가면서 성장을 해야 실력이 느는데 주눅 든다고 해서 배우는 것도 없다. 어린 친구들이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실수해도 좋으니까 부딪혔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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