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큰일’ 퇴직연금…놀게 뒀다간 수익률 처참
쩐화위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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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 3줄 요약>
• 받을 돈 정해진 DB형, 투자 따라 갈리는 DC형
• 여유 된다면 IRP 계좌 만들어 연말정산도 챙기자
• 디폴트옵션 고르기 전 상품·수익률 확인은 필수
안녕하세요. 이번 쩐화위복은 ‘퇴직연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 하루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머나먼 미래를 위한 퇴직연금이라니, 막연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적금이나 여윳돈 투자만으로 노후를 대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퇴직연금을 조금이라도 잘 굴릴 수 있게 알아둬야 할 기본적인 개념을 소개해 볼게요.
노후 보장을 위한 세 개의 연금
우선 퇴직연금이 우리의 노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간단히 짚어볼게요. 혹시 ‘3층(3중) 연금구조’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은퇴 후의 시간을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 종류의 연금을 팬케이크처럼 겹쳐두는 겁니다. 가장 아래쪽에는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연금이, 위로 올라갈수록 필수를 넘어 윤택한 생활을 위한 연금을 쌓는 구조죠.
1층에 있는 게 바로 공적연금입니다. 월급에서 떼어가고, 나라에서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대표적이죠. 내가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때도 최소한의 미래를 위해 굴러가는 가장 기본적인 연금입니다. 다만 1층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에(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입니다) 그 위에 2층 퇴직연금과 3층 개인연금을 쌓아 올리게 돼 있어요. 여윳돈이 있다면 연금저축 등에 가입해 개인연금까지 마련하면 좋겠지만, 월급쟁이라면 회사가 매달 적립해주는 퇴직연금을 잘 굴리는 게 우선입니다.
당신의 퇴직연금은 DB인가요 DC인가요
우선 본인의 퇴직연금이 DB인지, DC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DB는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s), DC는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이란 뜻인데요, 여전히 잘 와 닿지 않는 표현이네요.
DB와 DC는 ①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주체와 ②나중에 받게 될 금액이 다릅니다. DB는 회사가 퇴직금 운용 책임이 회사에 있고, 나중에 받게 될 ‘급여’가 ‘확정’돼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운용을 잘 못 해도(정확히는 회사가 운용을 맡긴 외부 금융사입니다) 노동자에게 주기로 한 돈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개인으로서는 달라질 게 없어요. 반면 DC는 회사의 ‘기여’분이 ‘확정’돼 있고, 그걸 바탕으로 개인이 투자합니다. 투자 결과에 따라 나중에 퇴직연금 사이즈가 달라지겠죠.
이렇게까지 설명을 들으면, DB 가입자는 퇴직연금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받을 돈이 정해져 있는 DB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DB 가입자도 만들 수 있는 IRP 계좌라는 게 있거든요.
이직하기 전에 IRP 계좌 만들라던데…
IRP는 개인형(Individual) 퇴직연금입니다. 만약 직장을 옮기면 그때까지 쌓였던 퇴직금을 받아야 하는데, 이걸 IRP 계좌로 받게 돼 있어요. 자주 이직하더라도 내 계좌 하나에 계속해서 퇴직금이 쌓여서 노후를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거죠. IRP에 들어 있는 돈 역시 DC처럼 개인이 운용합니다. (상시근로자가 10명이 안 되는 소규모 사업장은 근로자와 합의해서 IRP를 통해 퇴직연금을 쌓게 할 수 있어요. 이걸 기업형 IRP라고 하는데, DC처럼 회사가 일정 부분 적립해주고 개인이 운용합니다.)
앞서 말했듯 IRP 계좌는 DB나 DC 퇴직연금이 있어도 만들 수 있어요. IRP 계좌에 조금씩 돈을 붓고 운용해 일종의 ‘셀프 퇴직금’을 적립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꼭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IRP 가입이 가능해요. 자영업자, 공무원 등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융회사(은행·증권사·보험사)에서 계좌 개설이 가능합니다.
재테크에서도 IRP는 단골손님입니다. 매년 1800만원까지 IRP 계좌에 넣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 900만원까지는 세액공제 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연말정산을 준비할 때 많이 활용합니다. 총급여가 5500만원 또는 종합소득이 4500만원 이하인 사람을 기준으로 연간 900만원까지 IRP 계좌에 넣는 돈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율(급여나 소득 기준을 넘을 경우 13.2%)을 적용받습니다.
금융사에서 자꾸 ‘옵션’ 고르라고 하는 이유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사회초년생 때 회사에서 퇴직연금을 굴릴 금융사를 선택하라는 메일을 받고(DC라는 단어를 이때 처음 알았어요…) ‘대체 뭐지’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선배들이 많이 가입했다는 곳으로 따라 골랐는데, 정작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 수익률이 처참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하도 많다 보니, 작년 7월부터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라는 게 도입(의무화)됐어요. 기본값·초기값(default)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디폴트값을 골라두면 여기에 맞춰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열심히 모으고 굴려서 노후자금을 만들라고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했는데, 대개 예금에만 넣어놓고 있으니 제발 ‘디폴트값’이라도 골라두세요, 하는 거죠. DC나 IRP 가입자라면 작년쯤부터 ‘디폴트 옵션을 골라달라’는 금융사의 연락을 받았을 거예요. 바로 이 내용입니다. (이미 받을 돈이 정해져 있고 회사에 운용 책임이 있는 DB 가입자는 예외겠죠?)
디폴트옵션을 골라두는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내 퇴직연금 계좌가 있는 금융사에서 여러 디폴트옵션을 제공하고 있을 겁니다.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걸 고르세요. 골랐다고 해서 바로 투자되는 건 아니에요. 말 그대로 ‘다른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를 대비한 선택이기 때문에, 디폴트옵션을 고르고 6주 정도 다른 운용 지시가 없다면 미리 골라둔 디폴트옵션으로 투자가 시작됩니다. 만약 투자에 관심이 많고 자신도 있어서 ‘내가 알아보고 운용해야지’ 하더라도 디폴트옵션은 의무적으로 골라야 해요. 투자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거나 운용 지시가 멈출 때 퇴직연금이 잠자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니까요.
디폴트옵션 수익률 한 번에 보는 방법
방법은 간단하지만 문제는 선택입니다.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은 디폴트옵션이 200개가 훌쩍 넘거든요. 엄청 많죠? 그래서 ‘통합연금포털’ 누리집에서 비교 공시를 제공하고 있어요. 여기서 회사별로, 상품별로 디폴트옵션 수익률을 체크할 수 있어요. 분기별로 공시됩니다.
디폴트옵션은 위험도에 따라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으로 나뉘어요. 위험도가 낮을수록 원리금이 보장되는 곳에 주로 투자하고 고위험일수록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합니다. 초저위험·저위험은 손실 우려는 적지만 높은 수익률은 어렵겠죠. 디폴트옵션은 금융사마다 7∼10개씩 제공해요.
일단은 본인의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나에게 맞는 위험도 상품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좋겠죠. 보다시피 특정 디폴트옵션별로 적립금도 나오니까 어느 회사의 어떤 상품에 이미 돈이 많이 쌓였는지도 알 수 있어요. 같은 화면의 오른쪽에서 수수료도 확인할 수 있으니 비교해봐도 좋겠네요.
TDF·BF…이 알파벳은 다 뭐죠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면 금융사 누리집 등에서 내 마음에 드는 디폴트옵션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포트폴리오)를 확인하면 됩니다. 요즘은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잘 안내하고 있어요. 같은 회사, 같은 위험도여도 투자 전략과 투자처가 다르니 잘 살펴보세요.
한 시중은행의 저위험 포트폴리오 두 개를 살펴볼까요. 저위험 포트폴리오 1은 타깃데이트펀드(TDF)2025 60%, 정기예금 40%로 구성돼 있어요. 타깃데이트펀드란 예상 은퇴 시점을 설정하고, 은퇴가 많이 남았을 때는 비교적 공격적인 상품에 투자하다가 은퇴 시점이 가까워져 오면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상품이에요. 젊었을 땐 잃어도 복구할 시간이 있지만, 당장 내일모레가 은퇴인데 손실이 나면 낭패잖아요. TDF2025는 2025년을 은퇴 시점으로 하는 상품입니다. 여기서 2025라는 숫자를 ‘빈티지’라고도 부르니 참고하세요. (TDF는 TDF2030, TDF2045 등 5년 단위 빈티지로 나옵니다.)
반면 같은 은행의 저위험 포트폴리오 2는 타깃인컴펀드(TIF) 60%, 정기예금 40%로 구성되네요. 타깃인컴펀드는 TDF와 달리 투자 비중을 일정하게 가져가면서 정기적인 배당소득을 추구해요. 명칭에 날짜(데이트·Date)가 아니라 소득(Income·인컴)이 들어간 이유죠. 이미 어느 정도 돈을 모은 사람이 종잣돈을 덜 까먹으면서 꾸준히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디폴트옵션을 둘러보면 ‘BF’라는 단어도 눈에 띌 거예요. 밸런스펀드라는 뜻인데,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자산 배분을 바꾸는 겁니다. 목표로 하는 위험도가 천차만별이고 그에 따라 자산 배분과 투자처도 다양해요. 당연히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봐야 합니다.
퇴직연금, 단타 치면 안 된다
은퇴가 까마득한 사회초년생일수록 퇴직연금은 장기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내가 고른 디폴트옵션 수익률이 낮다고 해서 요리조리 옮겨 다니기보다는, 신중히 고르고 난 뒤에는 어느 정도 묻어둘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번에는 부진했어도 시장 상황이 바뀌면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퇴직연금을 깨는 것도 신중해야 합니다. IRP에 돈을 붓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빼고 싶은 경우가 있을 겁니다. 급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경우에는 기존에 세액공제를 받았던 납부금과 수익에 대해 소득세(세율 16.5%·지방세 포함)를 뗍니다. 퇴직연금과 관련한 혜택 자체가 은퇴 후를 위해 최대한 돈을 묻어두도록 하기 위한 유인인 만큼, 중도해지를 어렵게 해둔 거죠.
국민연금 재정이 어렵다거나, 은퇴 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지는 노인들이 많다는 소식을 볼 때마다 절망감에 휩싸이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도 그렇습니다. 물론 퇴직연금 잘 챙기는 것만으로 마법처럼 풍족한 노후 생활을 기약할 수는 없겠지만, 있는 제도와 혜택을 잘 활용하면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주에는 ‘마이너스 통장’(마통)에 대한 설명과 활용법 등으로 찾아올게요!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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