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국화 되어간다”···홍콩법원 떠나는 외국인 판사들
홍콩 최고법원 종심법원 외국인 판사 15명→7명
홍콩 최고법원인 종심법원에서 외국인 판사들이 떠나고 있다. 중국이 만든 정치적 환경으로 홍콩이 전체주의 국가가 되어가며 법치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1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지난 6일 홍콩 최고법원인 종심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한 섬션판사는 전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홍콩의 법치는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제목의 글에서 “한때 활기차고 정치적으로 다양한 커뮤니티였던 홍콩은 서서히 전체주의 국가로 변하고 있다. 법치는 정부가 강하게 느끼는 어떠한 분야에서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는 “중국이 만든 거의 불가능한 정치적 환경에서 활동하는 법관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47명의 홍콩 민주 활동가에 관한 최근 판결이 그러한 문제의 징후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 대응해 2020년 중국이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을 시작으로 홍콩 법관들이 직면한 세 가지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첫째) 자유를 제한하는 이 법(홍콩국가보안법)은 판사의 활동 자유를 완전히 축소하지는 않았지만 심각하게 제한한다. 판사들은 그 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둘째 문제는 중국이 법원 결정을 좋아하지 않으면 법을 ‘해석’하고 개입할 수 있는 중국의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셋째로 당국이 편집증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2019년 시위와 소요에 대응할 적절한 법이 이미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콩국가보안법이 평화로운 정치적 반대의견조차 진압하고 있다며 “순응하는 언론, 강경파 (입법회)의원들, 정부 관리,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중국일보(China Daily)를 통해 억압적인 분위기가 꾸준히 조성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홍콩 법원은 지난달 30일 국가보안법상 전복 혐의를 적용해 전 입법회(의회) 의원 등 민주활동가 14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총 47명의 민주 활동가가 기소돼 그중 무죄를 주장한 14명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들은 추후 최대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홍콩국가보안법 관련 최대 규모 재판이다.
해당 판결 일주일만인 지난 6일 섬션과 함께 또다른 영국인 판사인 로런스 콜린스가 홍콩 종심법원에 나란히 사임계를 제출했다. 콜린스 판사는 앞서 성명을 통해 “홍콩의 정치 상황 탓에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에는 홍콩 종심법원의 캐나다인 판사인 베벌리 맥라클린이 사임계를 제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18년 홍콩 종심법원에 합류한 맥라클린은 홍콩국가보안법에 대한 우려 속에서 자국 비평가들로부터 사임하라는 요구에 직면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독립적 사법체계를 증명하는 특징으로서 저명 해외 판사들의 법원 임용을 자랑해왔다”면서도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들 외국인 판사가 한때 목소리를 냈던 홍콩의 정치적 반대진영을 중국이 침묵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고 설명했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이전 15명이었던 홍콩 종심법원의 외국인 비상임 판사는 맥라클린 판사의 사임으로 7명으로 줄게 된다.
홍콩 정부는 섬션 판사의 FT 기고문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법원이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중앙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정치적 압력을 받는다든가 홍콩의 법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홍콩의 법치는 강력하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홍콩은 지난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중국령에서 관습법을 채택한 유일한 사법권으로 기본법(홍콩 미니헌법)에 따라 해외 판사를 채용할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영국 정부가 홍콩국가보안법을 문제 삼으며 홍콩 종심법원에서 자국 대법원 소속 판사들을 영구 철수시키는 등 외국인 판사들이 잇달아 떠나고 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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